[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최근 세금감면 효과에 힘입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던 국내 완성차 업계가 6월이 시작되자 마자 깊은 시름에 잠겼다.
정부는 1일 국내 완성차 업계의 구조조정 노력과 노사관계 개선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노후차 관련 세금 감면 정책 적용을 3개월 앞당겨 종료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등 최근의 노사 관계 악화에 따른 세금 감면책 축소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파업과 직장폐쇄로 노사관계가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쌍용차, 1일(미국 현지시간) 모회사인 GM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존립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 임금단체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위기까지 겹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앞날에 점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 노후차 세감면 조기종료, 전망 엇갈려
정부는 1일 완성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노사관계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노후차량에 대해 지난 5월1일부터 오는 12월까지 최대 70%까지 세금을 감면하기로 한 정책을 오는 9월에 종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증권가의 반응은 엇갈린다.
김용수 SK증권 차장은 “세제지원 기한 축소 검토안은 내수 점유율 83%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임금협상에서 매년 난항을 겪고, 연례행사와 같은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노사 관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 보인다”며 “그러나 노후차 세제지원 기한이 3개월 줄어드는 것이 차 판매에 끼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6개월 남은 세제 혜택 기간이 3개월로 줄어든다면 6개월간 흩어질 차량구입 대기 수요가 3개월안으로 몰릴 것이므로 전체 차 판매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재 키움증권 자동차 연구위원은 다소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현대·기아차의 내수점유율은 80%가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라며 “특히 9월 이후 YF소나타, 그랜져급 준대형 세단 VG(프로젝트명) 출시가 예정됐있는데, 신차가 나오면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느는 자동차 시장의 구조상 그 시기 세제 지원이 중단되면 현대·기아차가 받는 타격이 클 것이고, 국내 자동차 시장도 덩달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뉴모닝, 쏘울 등은 이미 신차 출시 효과가 식어가고 있기 때문에 신차 출시 시기에 세제지원이 중단되면 그 영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업계의 우려와 맥을 같이 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5~9월은 임금단체협상과 파업이 발생하는 시기이므로 이제까지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9월 이후가 안정적인 차 판매 증가를 기대할 만한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지원이 중단되면 업계로서는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지난해 말 시작돼 최근의 판매 호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되는 전 차종에 대한 개별소비세 30% 일괄 인하 조치도 추가 연장 없이 6월에 끝낸다는 입장이어서 세제 지원이 모두 사라진 후에 올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업계 곳곳에서 깊어지고 있다.
◆ 파산 위기 쌍용차..모회사 폭풍에 흔들리는 GM대우..임단협 진전없는 현대·기아차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강경책이 노사 관계를 회복의 길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먼저 쌍용차는 사측이 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에 직장폐쇄라는 강수로 맞대응하면서 노사 간에 정면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사측은 "노조가 공장 점거를 풀지 않으면 민형사 고발은 물론 공권력 투입도 요청하겠다”다는 입장이며 노조는 “직장폐쇄는 사측이 노조와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파업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부의 엄포로 사태가 해결되기에는 이미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져 있다.
특히 이러한 극한의 대립은 최악의 경우 쌍용차 기업회생절차 폐지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1일(미국 현지시간) 모회사인 GM이 파산보호신청을 한 GM대우의 경우도 상황이 악화 일로다. 일단 새롭게 만들어진 '뉴GM'에 GM대우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GM 파산에 따른 GM대우의 판매감소와 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M대우 노조는 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행위 돌입을 결의할 예정이어서 GM대우의 노사관계는 폭탄을 떠안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경영상황이 가장 양호한 현대차는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임단협을 위해 6차례 만났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특히 금속노조, 민노총 등 상급노조와의 연계는 물론 그룹 계열사 노조 연대투쟁까지 결의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완성차 업계의 앞날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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