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정동화(64) 전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이승규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27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추가된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 영장 기각 이후 보완 수사 및 심문결과 등을 종합하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가 지난 5월23일 첫 영장청구가 기각된 뒤 두달간 진행한 보강수사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검찰은 이번 정 전 부회장에 대한 혐의입증에 내심 자신을 보였다. 포스코건설 건축사업본부장 재직 당시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시모(55) 부사장을 구속했기 때문이다. 시 부사장에 대한 수사로 정 전 부회장에 대한 혐의가 더 짙어졌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조경업체 비리에 연루된 경영지원본부장 여모(59)씨와 건축사업본부 상무 김모(55)씨에 대한 수사도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 두사람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재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혐의 등을 다시 보강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은 검찰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도 법원이 기각한다면 포스코 수사 의미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천명했던 검찰에게는 결정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여론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배임수재, 입찰방해, 횡령 등 지금까지의 혐의만으로 정 전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정준양 전 회장과 관련된 의혹에도 접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검찰 스스로도 정 전 부회장을 디딤돌로 정 전 회장을 겨냥한 수사가 뜻하지 않은 장애물에 걸리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동양종합건설의 비리 규모는 수십억원대지만, 액수보다는 정 전 부회장과의 관련성 확인에 의미가 있다"면서 "정 전 회장과 연관이 있는 줄 알고 수사를 시작했는데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동양종합건설 임직원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전 대표이자 최대주주인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는 등 마지막까지 수사의 고삐를 놓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포스코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왼쪽 두 번째)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