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적대적 M&A(인수합병)는 창조적 파괴·혁신의 한 방법입니다"
세계적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사회과학네트워크 · Social Science Research Network)'서 논문 '기업지배구조가 기업의 시장가치를 예견하는가'로 다운로드 순위 전체 2위를 차지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김우찬 교수.
기업지배구조 분야 전문가인 김우찬 교수는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국가는 결코 경제성장이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창조적 파괴, 혁신의 가장 강력한 방법이 적대적 M&A"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은 재벌경영방식은 적대적M&A의 위협도 거의 없고, 견제기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6월 국회에 상정될 금산분리완화 관련법안에 대해서도 'NO'라는 의사를 분명히했다. 금산분리완화법안이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공고히 해주는 체제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 이번 논문의 주제는 '기업지배구조가 좋아질수록 기업가치는 올라간다'는 것 아닌가. 쉽게 설명해달라.
▲ 기업지배구조가 좋아질수록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기업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소(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목록을 만들었고, 기업가치는 '토빈(tobin)'s Q'(자산의 시가기준을 장부가로 나눈 지표)를 사용했다. 이 둘과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기업지배구조가 좋아진 기업이 시가 총액이 올라갔다는 결과가 나왔다.
- 실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서 기업가치를 올린 기업이 있나.
▲ 대표적인 예가 주식회사 SK다. SK가 지배구조개선 작업에 돌입할 당시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지배구조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고 받아들여 주가가 뛰었다. 14개월 동안 6배나 뛰었다.
-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 가장 큰 문제점은 소유구조에 있다고 본다. 자기가 직접 투자, 출자한 돈보다 많은 자산을 통제하다보니 대리인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기가 지배주주이긴 하지만 사실 주식은 얼마 없다. 그래서 나머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기업을 통제하다 보니까 적대적 M&A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고, 여러가지 견제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 금산분리완화 관련법안에 대해 '국민의 돈이 기업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 6월 국회 때 논의하기로 남아있는 것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이다. 핵심은 비은행금융지주회사, 예컨대 보험지주회사와 증권지주회사가 그동안 금융기관만 지배할 수 있었는데 이제 비금융기관을 자회사형태로 지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체제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공고히 해주는 체제다. 사실 그룹들이 이 체제로 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체제로 못갔던 그룹들이 있었다.
이번 법안의 또다른 핵심은 지주회사가 부채를 무한정 빌릴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잘안됐을 경우 금융불안을 가져올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지주회사 감시·감독에 대한 여러사항도 완화될 수 있다. 금융도 재벌들이 갖게 되고 방송도 재벌들이 갖게 되면 힘이 커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관료나 정치인들이 이들의 말을 안들을 수 없는 구조가 되고 계속 완화되면서 견제되지 않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가 가능해진다.
- 우리나라의 현재 기업지배구조 개선 현황에 대해 점수를 준다면.
▲ 100점 만점에 50점은 와 있는 것 같다. 외환위기 직전을 0점으로 보면 상당히 개선된 거다. 그런데 아직 여러가지 해야할 일들이 남아있다.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이 아직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의결권을 행사하면 대부분의 자산운용회사들이 '묻지마 찬성'을 하고 있다.
또 지배주주나 경영진들이 자기 자신의 경영권을 외부세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었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혁신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국가는 결코 경제성장이나 발전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창조적인 파괴, 혁신이 필요한데 이의 가장 강력한 방법이 적대적 M&A다.
- 기업도 국적이 있는 것 아니냐. M&A를 통해서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경영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면 국민경제로서는 불행 아닌가.
▲ 사실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적대적 인수라하면 지배주주 외에 소액주주로부터 주식을 사는건데 이들이 개인적인 계산에 의해 주식을 판다.
예를 들어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KT&G에 대해 적대적 인수를 하지는 않았으나 그런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조금만 더 기다려도, 칼 아이칸은 산다'고 생각해 2만원이 아니라 3만원에 주가를 띄웠다. 이런 식으로해서 칼 아이칸은 이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주가는 뛴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그리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높은 가격에 회사를 판다면 오히려 우리에게 이득이 된다.
앞으로 50년까지의 이윤창출여력을 다 감안해서 주가를 산정해 팔면 손해가 아니다. 다만 이윤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조치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괜찮다고 본다.
◇ 김우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행정고시 제34회 ▲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학사 ▲ 하버드대학교 정책학 석·박사 ▲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서기관(1999~2000) ▲ 現 KDI 국제정책대학원 부교수 ▲ 現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회 위원장 ▲ 現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전문위원회 위원 ▲ 現 한국경제학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