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석탄 등 철강 원재료 가격 약세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원재료 소비는 감소하는 반면 철 스크랩 증가로 고로보다는 철 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 사용이 늘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메이저 광산업체들이 꾸준히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여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약세 현상은 초장기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밀폐형 원형 원료 저장고에 철강 원재료로 사용되는 철광석이 쌓여 있다. 사진/현대제철.
포스코경영연구원(POSRI)은 최근 ‘중국 쇼크로 철강원료 저가격 시대 초장기화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뉴욕에서 개최된 제30회 SSS(Steel Success Strategies) 컨퍼런스에서 중국 측 발표자들은 중국의 철강수요가 당초 예상(2017년) 보다 빠른 2015년에 최고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스틸홈(SteelHome)은 중국의 조강수요가 경제성장 둔화 및 건설 분야 수요 감소로 올해 7억4500만톤 수준에서 2020년 7억톤, 2025년 6억5000만톤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용 철강수요는 대폭 감소한 반면 자동차, 기계장비, 에너지용 수요는 상승 또는 상승 후 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야금공업규획원도 지난해 회의에서는 중국의 철강수요가 2017년 최고점에 도달한 후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발표했지만, 올해 회의에서는 지난해 7억200만톤으로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고, 2020년 6억8900만톤, 2025년 6억5000만톤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철강생산 감소로 원료수입 여력 축소
건설 등 철강 전방산업 침체로 철강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중국의 조강 생산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조강생산은 1996년 1억톤을 돌파한 이래 철강소비 호조로 지난해 8억2300만톤까지 꾸준히 증가했지만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올 5월까지 중국의 누적 조강생산량은 3억400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올해의 경우 전년 대비 1.1%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철광석은 전 세계 물동량의 절반이 중국으로 수입된다. 세계 철광석 해상물동량 중 중국의 수입 비중은 2006년 45.2%에서 지난해 66.1%, 올해는 66.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원료탄)의 경우 중국 내 매장량이 많아 철광석에 비해서는 비중이 적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입 국가 중 한 곳이다. 석탄의 세계 해상물동량 중 중국의 수입비중은 2006년 8.6%에서 지난해 20.6%, 올해는 2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 스크랩 증가로 인한 철강생산 구조 변화도 영향
철 스크랩 발생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철강 원재료 가격 약세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을 주원료로 하는 고로 대신 철 스크랩을 원료로 하는 전기로 사용 비중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스틸홈에 따르면 중국의 철강축적량은 2000년 4800만톤에서 지난해 1억1200만톤으로 증가했고, 2020년 2억1300만톤, 2025년 3억2000만톤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회수율 60%를 가정할 경우 중국의 철 스크랩 발생량은 2020년과 2025년에 각각 1억2800만톤, 1억9200만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2025년까지 중국 내 철광석 생산량은 11억톤, 수입량은 9억톤으로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철강협회와 중국 주요 기관들은 중국이 2018년 철 스크랩 자급을 이루고 이후에는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3대 철광석 생산 기업인 Vale, Rio Tinto, BHPB가 광산 신·증설을 통해 치열한 시장점유율을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점도 철강 원재료 가격 하락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향후 시장여건 변화와 주요 기관들의 예측을 종합해 볼 때, 국제 철광석 가격은 올해와 내년도 톤당 60달러대, 중장기적으로는 톤당 80달러 이하의 낮은 수준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탄(강점탄)은 올해와 내년 톤당 90~100달러대, 중장기적으로도 과거 5년 평균수준인 톤당 148달러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진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원료 공급과잉 및 저가격 추세의 장기화로 원료비 부담이 축소됨에 따라 철강회사들의 철강 생산, 판매, 원료 사용, 기술, 구매 전략 등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여년간 높은 원재료 가격 때문에 원료비 부담 최소화 전략을 펼쳤던 철강기업들도 이제는 고급원료 사용을 확대하더라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전략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