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정부 시절 상공부 장관 등을 역임한 이봉서(79) 한국능률협회 회장(단암산업 회장)의 자손들이 주식을 교차 증여받으며 부과된 세금을 취소해달라고 세무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안철상)는 이 회장의 자녀·손주·조카 등 9명이 성북·종로·용산·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오로지 누진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차증여를 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는 시간적 간격을 두고 증여하는 단순한 분산증여를 넘어서는 것으로 실질적으로는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를 받으면서 제3자로부터 증여받는 형식을 취해 보다 적극적인 조세회피 수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부친 고(故) 이필석 전 회장이 설립한 단암산업의 주식을 여동생 등과 함께 상속 받았다. 이 가운데 전자사업 부분이 1997년 분리해 나가면서 부동산임대업만 남게 돼 상장폐지됐다. 그 후 단암산업은 이봉서 회장 일가가 75%, 여동생 일가가 25% 비율로 지분을 소유하며 임대업을 하는 가족회사로 유지됐다.
이 회장은 원고인 자녀들을 단암산업 경영에 참여시키기 위해 발행주식 일부를 지난 1999년 1차 증여했다. 2010년경 자녀와 외손자녀들에게 2차 증여를 원했고, 마침 이 회장의 여동생도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할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이들은 조세 부담을 줄이기 서로의 후손에게도 교차로 증여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같은해 12월 자신의 자녀와 손주 7명에게 총 2만2840주를 증여하면서 동시에 조카 2명에게도 총 1만6000주를 증여했다. 이 회장의 여동생 부부도 마찬가지로 자녀 2명에게 1만2000주를 증여하면서 동시에 이 회장의 자손 7명에게 1만6000주를 증여했다.
이에 대해 세무당국은 '교차증여'로 실질적 이익이 각자의 자녀들에게 돌아가 실제로는 1만6000주씩을 직접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으나 기각되자 이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교차증여는 세금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법률관계는 자신의 주식을 직계비속에게 증여한 것으로 아무런 사업 목적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회장 여동생의 자녀 2명에게 부과된 과소신고세 2억5000여만원 중 1200만원만 취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해 사실상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별세한 고(故) 송인상 전 재무부 장관(능률협회 명예회장·효성그룹 고문)의 사위이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동서 사이다.
서울법원종합청사 / 사진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