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추측이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연내 인상은 거의 확실시된 가운데, 9월과 12월 사이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9월 금리 인상론이 힘을 얻나 했더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의견이 다시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 역시 알쏭달쏭한 모습을 보이며 혼란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앞으로의 경제 지표와 이에 대한 해석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피셔 "9월 인상 확실한 것 아니야"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부의장이 지난달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연방준비제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피셔 부의장은 10일(현지시간) 9월 기준금리 인상설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뉴시스)
이날 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운 것은 스탠리 피셔 미 연준 부의장의 발언이었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에 이어 연준에서 두번째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피셔 부의장은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9월 금리 인상이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피셔 부의장은 "고용 시장은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인정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매우 낮은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셔 부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고용 시장만큼 회복되지 않는다면 (연준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오르지 않으면 금리 인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21만5000건을 기록하며 석 달 연속 20만건을 상회한 반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3%에 그치며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피셔 부의장은 "모든 것이 장밋빛인건 아니다"라며 "다음 회의 때까지 면밀히 지표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CNN머니 역시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을 막을 수 있는 5개 변수를 소개해서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변수는 부진한 임금 상승률이 꼽혔는데 지난달 우수한 고용지표에서도 시간당 평균 소득은 연율 2.1% 상승하는데 그치며 연준 목표치 3.5%를 크게 밑돌았다.
두 번째 변수는 지속적인 유가 하락으로, 최근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40달러까지 떨어졌고 상승 동력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그 이외의 변수로는 소비부진, 낮은 인플레, 세계 경제 불안이 꼽혔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 매출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록하트 총재 "금리 인상 임박"
그러나 대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9월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부터 꾸준히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해 온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애틀란타 프레스 클럽에서 오찬 연설을 갖고 "미국 경제는 크게 회복됐고 정상화를 향해 접근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더이상 비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록하트 총재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나 중국 시장 붕괴 위험성은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피셔 부의장이 우려감을 내비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서도 “미국 경제 회복세가 강해지면서 물가도 앞으로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보다 경제의 확실성이 더욱 강해졌고 우려감을 덜 수 있다”며 “우리는 치유된 상태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록하트 총재는 지난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경제가 9년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릴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연준 내 10명의 투표권을 지닌 정책위원들 중 록하트 총재 외에도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은 총재, 제롬 파웰 연준 이사도 모두 9월 금리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모든 관심은 오는 13일(현지시간) 발표되는 7월 소매판매에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7월 소매판매가 0.6% 증가하며 6월 0.3% 감소에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은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 경제 상황을 통해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힌트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한슨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연준 위원들이 결정하지 못한 것 같다"며 "9월 회의 때까지 발표될 지표들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연준이 이를 더 지켜보길 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