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실상 승리하며 지배체제를 공고히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주총을 통해 한·일 롯데그룹의 '1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이다.

 

롯데그룹은 17일 오전 9시30분 일본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의 확인' 등 모든 안건이 과반수 이상을 넘긴 찬성으로 순조롭게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의 안건은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신 회장 측이 상정한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서 '원톱 체제'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최근 롯데그룹의 이사 해임 문제로 인해 한국·일본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회사의 경영은 법과 원칙에 의거해 운영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과 규범 준수를 강화하기로 의결한 것은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사태의 조기 해결과 재발 방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은 이날 주총 결과를 두고 주주와 임직원 모두 신동빈 회장과 기존 경영진을 중심으로 경영 안정을 조속히 이루고,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주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특히 이날 주총에서 가결된 두번째 안건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의 확인'은 가족이나 외부의 힘(개인적인 지시나 의견)에 경영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어막 역할을 하게 됐다. 최근 발생한 경영권 분쟁이 신격호 총괄회장 등 일부 친족에 의해 발생함에 따라 이 같은 경영권 분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린 조치다.

 

한편 주총 결과가 알려지면서 이번 '장자의 난'을 주도했던 신동주 전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우호지분 3분의 2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주총을 통해 오히려 동생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세력이 더 많음이 증명됐다. '씁쓸한 패배'다.

 

재계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마지막 '반격카드'로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자체를 부정하는 소송전을 펼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등기된 것에 대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가 동생이 멋대로 L투자회사 사장에 취임한 것이냐고 화를 내셨다"며 "일본에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롯데그룹 측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법정 공방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