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금리인상 우려에 눈치보기 장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는 중국의 갑작스런 위안화 평가절하 이슈에 변동성이 확대되며 급락장을 연출했다. 더욱이 한반도에서 남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촉발되면서 국내 증시는 3중 악재에 직면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지수는 또 다시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올해는 박스권을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장미빛 전망은 잦아들고 있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고 2000선 돌파와 추락을 되풀이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상장사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1년 만에 또 제자리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증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은 총 7조80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결국 지난 4월24일 코스피는 장중 2189.54까지 올라가며 4년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수는 하락했다.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이어 위안화 평가절하와 중국증시의 급락 등 대외 악재가 잇따랐다. 또 대내적으로도 메르스 영향과 기업 실적 부진 등 부정적인 이슈가 불거지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여기에 외국인까지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지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코스피는 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진 1870선까지 하락하면서 박스권 장세로 회귀했다.
코스피의 박스권 장세는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11년 연저점은 1644선, 고점은 2231선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2000선의 벽을 못 넘고 있다. 이 같은 박스권 장세의 지속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기업 실적의 정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011년 이후에 기업 실적이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수출도 2011년까지는 늘었지만 그 후부터는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도 "노령화와 더불어 저성장세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기업들과 함께 기존에 성숙기에 있던 기업들도 제한적인 성장기에 있다보니 박스권에 갇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이후 기업실적 정체
국내 기업의 실적은 2011년 이후 거의 정체된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1102조6641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1152조9571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3년 1131조7429억원, 지난해 1113조855억원으로 1100조원대에서 4년 동안 정체된 것이다. 영업이익은 2011년 61조1481억원에서 지난해 56조3910억원으로 줄었다.
연결기준으로는 2011년 1650조6653억원, 2012년 1776조1958억원, 2013년 1829조2949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1821조4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11년 97조6135억원에서 2014년 91조4222억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성장을 주도한 10대 기업의 실적도 정체되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별재무제표 기준, 금융회사를 제외한 10대 그룹 상장사 순이익 합계는 18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2조8000억원보다 20.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3조6000억원보다 11.8% 감소한 20조8000억원이다.
글로벌시장 회복돼야 박스권 탈출 가능
박석현 연구원은 "시장 전체가 커져야 주도주라는 강력한 리딩스타가 나오는 것인데 시장 자체가 커지지 않고 있다"며 "화장품 바이오 등과 같은 업종들도 반짝하다 그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즉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성장세 국면으로 진입해 국내 기업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실적도 개선돼야 된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결국 기업 실적이 올라가야 박스권 탈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가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매출이나 수출 구조상으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인 만큼 글로벌 시장이 다시 성장세를 보이게 되면 박스권 탈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운 박사는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다른 동력이 필요한데 국내 기업들의 취약한 지배구조나 주주들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부분 등을 해소하게 된다면 한국 디스카운트도 해소되고 기업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