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인 김모(58세)씨는 최근 정기검진에서 단백뇨(알부민뇨)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다. 단백뇨가 나왔다는 의미는 신장합병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단백뇨가 나오는 단계는 신장이 제 기능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태다. 다음 단계인 신부전증으로 발전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당뇨환자는 2014년 240만6000여명으로 2010년(200만5000여명) 대비 20% 증가했다. 환자 급증은 운동부족, 식생활의 서구화,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뇨는 포도당이 세포로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소변으로 배출되는 질환이다. 음식물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 세포가 포도당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포도당은 인슐린이라는 췌장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세포 안으로 들어가서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반면 당뇨병 환자는 췌장 기능의 이상으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포도당이 흡수되지 못하고 혈액 속에 그대로 남게 된다.
인슐린이 제기능을 못하는 원인은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뉜다. 제1형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경우로 소아형 당뇨라고 불린다. 제2형은 성인형 당뇨병으로 비만이나 운동부족, 스트레스, 임신, 생활습관 이상과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 전체 당뇨병 환자의 90%가 제2형에 속한다
당뇨환자는 에너지원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혈액 속의 과도한 포도당으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의 위험이 크다. 포도당을 많이 함유한 피가 서서히 혈관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끈적해진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뇌졸증, 관상동맥질환, 방광염, 신우염, 족부궤양, 하지절단, 심근경색, 뇌졸중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당뇨병으로 혈관이 손상된 상태가 당뇨 합병증인 셈이다. 이러한 합병증 때문에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신장처럼 미세혈관이 밀집돼 있는 곳은 고혈당에 더욱 취약하다. 당뇨와 신장이 크게 연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장은 당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장기 중에 하나다.
혈액을 여과해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의 사구체는 소동맥에서 나온 모세혈관이 털뭉치처럼 얽혀 있는 기관이다. 당뇨 때문에 걸쭉해진 혈액으로 인해 모세혈관이 막히고 혈관벽이 딱딱해지면서 신장의 기능을 잃게 된다. 실제로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의 4분의 1이 당뇨병 환다. 당뇨 합병증 중에서도 신장합병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비율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신장이라는 장기의 특성상, 병이 진행되고 치료가 불가능한 정도가 되기 전까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신장 기능이 15~30%일 때도 식욕이 떨어지거나 무기력해지는 정도밖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투석이나 신장이식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정도의 중증 상태, 즉 신장기능이 10% 미만으로 떨어져야 온몸이 심하게 붓고 호흡곤란 증상 등이 나타난다. 정확한 발병시기를 알 수 없고 뒤늦게 당뇨진단을 받은 제2형 당뇨의 경우에는 이미 신장질환이 상당부분 진행된 경우도 있다.
손상된 신장은 회복이 어렵고 지속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질환의 위험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당뇨를 오래 앓았던 환자의 경우에도 유병기간이 5~6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신부전의 위험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의료진은 6개월마다 단백뇨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백뇨는 당뇨병력이 12~24년 정도가 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당뇨병성 신장질환 말기 전 단계인 4단계에 해당한다.
당뇨합병증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혈당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 식이요법 및 인슐린 요법을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혈당관리를 위해서 혈당 조절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슐린 펌프가 포함된 치료군은 기존 인슐린 요법 치료군에 비해서 당뇨 신장합병증 발생을 60% 정도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봉 건국대병원 당뇨센터 교수는 "제2형 당뇨의 경우 정확한 발병시기를 모르거나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며 "신장 또한 이미 기능을 많이 상실한 후에나 자각증상이 나타나는 장기이기 때문에 당뇨병을 발견했을 때 이미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랜 기간 당뇨를 앓아 혈당관리에 소홀한 경우에도 당뇨병성 신증이 발병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혈당관리와 더불어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도움말=최수봉 건국대병원 당뇨센터 교수)
◇신장은 당뇨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장기 중에 하나다. 손상된 신장은 회복이 어렵고 지속적으로 상태가 악화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평소 주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질환의 위험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