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맞서 ‘재벌개혁’ 카드를 빼들었다. 노동개혁만으로는 대·중소기업 격차와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실업난 등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계산에서다.
최근 새정치연합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비정상적 순환출자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당에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명분은 재벌 지배구조 개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누리당 노동개혁특위의 대항마적 성격이 강하다. 위원장에는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박영선 의원이 임명됐다.
박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내용의 금산분리법을 통과시키는 등 재벌개혁에 앞장섰다. 특히 금산분리법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며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 의원은 당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국제 법제사법위원장에 이어 지난해 원내대표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세월호법’ 협상 추인 불발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무산 등 내홍 끝에 지난해 비상대책위원장직과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다.
이후 당무와는 거리를 둔 채 저서 집필 등 ‘정치적 휴지기’를 보낸 박 의원은 10개월여 만에 재벌개혁의 선봉장으로서 당의 전면에 다시 나섰다.
재벌개혁특위 첫 회의 일정은 오는 28일이 유력하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28일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과 회동한 이후 2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당시 회동 이후에 그 이전까지 정부 차원에서 진행했던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모두 중단됐다. 이 때문에 첫 회의를 그때쯤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재벌개혁특위는 10~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향후 재벌 지배구조 개선,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개선 등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위는 박 의원이 기존에 발의했던 법안들을 중심으로 입법 활동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및 상법 개정안 등이 있다.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 이후 대두된 야권의 최대 정책의제다. 최근에는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시즌2’를 내걸기도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6월 제안한 ‘경제민주화 시즌2’의 큰 방향은 법인세 정상화, 소득세율 인상 등을 통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고, 서민·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더불어 재벌 대기업의 불투명하고 봉건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황제경영을 일삼는 독점체제를 개선해 주주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내용도 남고 있다.
구체적 대책으로는 ▲법인세 증세 및 조세감면 제도 재정비 ▲공적 연기금 의결권 강화 및 순환출자금지제도 재도입 ▲보험업계의 계열사 주식 초과보유 방지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기업이 자사주를 특정인에 유리하게 매각하지 못하게 하는 상법 개정안 등이 있다.
새정치연합은 오는 28일 예정된 워크숍에서 법인세 정상화와 조세 형평성, 불투명한 지배구조 관련 규제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새정치연합은 최근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당에 재벌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 위원장에는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3선의 박영선 의원을 임명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