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 부를 움켜쥔 글로벌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몸집 키우기에 올인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때문에 IT산업에 투자가 집중됐던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크게 추월하면서 올해 전 세계 M&A시장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M&A 규모는 2조9000억달러로 추산되는 가운데 현 추세라면 올해 M&A 시장 규모는 지난 2007년 4조29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은 올해 M&A 규모를 4조5800억달러에 달할것으로 전망했다.
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이 곳간에 채워진 자금을 풀면서 거침 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돈을 쌓아두기 보다는 성장기업 인수 등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 하거나 경쟁사 인수로 글로벌 원톱으로 올라서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이 중 올해까지 집계된 약 3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M&A 가운데 미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조4000억달러로 전체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달러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업체들은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M&A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또는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합종연횡 차원에서 기업 간 빅딜도 활발하게 성사되고 있다.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달 항공기 등에 쓰이는 금속 부품을 생산하는 프리시전을 372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M&A다. (사진=뉴시스)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M&A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는 유럽 역시 공격적인 행보로 글로벌 M&A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탈리아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올 들어 총 590억달러를 기록해 8년만에 사상 최대치를 다시 썼다. 전문가들은 마테오 렌치 총리가 해외 직접투자를 증가시키는 등 경제 개혁에 팔을 걷어 부친데 따른 효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일본기업들이 발표한 해외 M&A 금액도 7조1685억엔(약 70조5300억원)으로 작년보다 7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대 기록으로 일본 기업이 전 세계 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울도 지난해 4%대에서 6%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편 올해 사상 최대 글로벌 M&A 기록 경신의 변수로 저금리 기조 종료와 중국의 환율 정책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재고 있는 만큼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역시 연속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로 환율전쟁에 뛰어들면서 향후 M&A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의 통화정책이 경기둔화와 결합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이는 곧 인수합병에 대한 기업들의 식욕을 떨어뜨릴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