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 횡포에도 중소기업은 벙어리 냉가슴

입력 : 2015-08-26 오전 8:00:00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가 여전함에도 조정이나 분쟁, 심지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섣불리 대응에 나섰다가는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벙어리 냉가슴 앓듯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게 피해 중소기업들의 입장이다.
 
취재팀은 8월 한 달 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사례를 찾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참여연대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수소문에 나섰지만 실제 인터뷰로 이어지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저조했다.
 
형준호 대·중소기업협력재단 기술협력본부 기술보호지원부장은 “특허 탈취나 기술 유출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조용히 처리되길 바란다”면서 “언론에 나온 일부 사례는 피해 중소기업 사장의 의지가 워낙 강하고, 대기업과의 관계도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 기업들은 하나같이 갑을 관계로 묶인 대·중소기업 구조에서 언론을 통해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감내해야 할 보복이 두렵다고들 말했다. 보복은 주로 거래를 끊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한 번 대기업의 눈에 찍히면 다른 대기업들도 거래를 주저해 사실상 생매장의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때문에 해당 대기업에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에서 대부분 유야무야되고 있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설계기술 분쟁을 겪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너무나도 억울해 밖에다 대고 외치고 싶지만 직원들과 가족이 눈에 밟혀 그러지 못한다"면서 "(해당 대기업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영진에는 보고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해를 말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혹시나 문제 제기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까 두려운 마음 뿐"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는 “우리 같은 영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직접 계약을 맺지 못하고, 1·2차 협력사와 거래관계가 형성된다”면서 “이들 협력사는 대기업 오너의 친인척이나 퇴직 임원이 대표로 있으면서 대기업 자회사처럼 운영되는데, 이들이 기술 탈취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기술 탈취 등의 문제가 발생해도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대기업에게는 전혀 해가 되질 않는다.
 
심지어 일부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이면 계약서에 특허기술 양도를 조항에 넣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은 유일한 사업 경쟁력인 기술을 갖고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대기업에 끌려다니다가 끝내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밟게 된다.
 
조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팀장은 “대·중소기업간 기술탈취 문제는 정부와 대기업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 상생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벼랑에 몰려 있는 중소기업들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말했다.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기업의 약탈적 행위가 우리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함과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적극적으로 조사·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영택 기자
김영택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