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욱 삼부토건 회장과 아들 조성연 전무 등 삼부토건 경영진들이 검찰에 고발당했다.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삼부토건지부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조 회장과 조 전무 등 삼부토건 경영진 4명에 대해 업무상배임죄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앞서 박명호 삼부토건지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회장 등 조씨 일가들은 멀쩡했던 우량회사를 부실PF사업에 참여하도록 해 1조원대 손실을 보게 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지난 4년간 세월만 허비하며 기업주인 자신들의 이익만을 도모해 기업 회생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이 회사의 경영자로 남아 있는 한 삼부토건은 결국 파산에 이르고 말 것"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비리 및 배임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하고 회생절차의 진행을 담당하는 법원에도 이들의 부당함을 알리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삼부토건지부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조 회장 일가의 아파트·리조트 PF사업투자 결정으로 발생한 대규모 부채와 지급보증을 떠안게 되면서 2011년 5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그해 6월 삼부토건은 1조원대 회사 자산인 르네상스호텔부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7500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아 회생절차 신청을 철회하고, 우리은행 등 대주단과 2년 기간의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삼부토건지부는 이 과정에서 경영진이 회사 핵심 자산인 호텔부지를 담보신탁으로 채권단에 제공했지만 기업정상화를 위해 지원받은 유동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채권단이 호텔 부지를 통해 융자한 7500억원은 기존 대출금의 상환용으로 6500억원이 사용됐고 나머지 1000억원은 채권단이 2년간의 융자에 대한 선 이자로 미리 떼어 놓았다는 것이다.
또 삼부토건은 융자 7500억원에 대한 이자지급과 부실PF사업인 헌인마을산업(3068억원 보증채무)과 유러피안리조트사업(1370억 보증채무) 등에 대한 이자로 연간 총 800여억원을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기업정상화를 이뤄내기는, 사실상 회생절차 신청 철회 당시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삼부토건지부는 "이런 이상한 기업회생 신청이 철회되고 자율협약이 체결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압력과 삼부토건의 실패한 로비라는 무수한 소문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삼부토건 정상화에 대한 관심은 오직 호텔부지 매각이라는 불확실하고 장기적인 요소에만 치우쳐 제대로 된 조사 한번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백억원대 이자 비용으로 회새 채무가 계속 증가해 기업신용도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도 조 회장 부자는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황금낙하산제도 도입을 시도하고 신주인수권부 전환사채까지 발행해 회사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삼부토건은 지난 2013년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해 현 이사진이 물러날 경우 퇴직 보상금으로 8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른바 '황금낙하산'을 도입하려다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무리한 정관변경을 추진한다는 내부 반발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또 연 4.95% 금리인 300억원 규모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으면서도 부동산 담보를 설정하지 못해 인수자인 메리츠종금증권 계좌에 예치된 300억원의 발행자금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운영자금으로 쓰지도 못할 BW를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연 4.95% 금리로 발행한 탓에 1년에 14억8500여만원의 이자비용만 낭비하고 있다는 내부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삼부토건지부는 "조 회장 부자는 회사의 당초 부실화를 가져왔던 혈연중심의 독단적 경영과 밀실에서 이뤄지는 불투명한 가족경영에서 조금도 탈피하지 못하고 자율협약 체결 이후에도 모든 자산매각 및 구조조정에 대한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한 채 비합리적 방법으로 모든 권한을 전횡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부실기업주의 요구에 의해 노조와 직원들의 적극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에 걸쳐 자율협약을 추가로 2년 넘게 연장하면서 기업부실을 가중시키고 사주의 부실경영권 행사를 방치했다"며 조 회장 부자 등 경영진들과 채권단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율협약 4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채불액을 늘어만 갔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 중에는 회사를 그만둔 지 3년 넘도록 퇴지금을 지급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대부분의 삼부토건 국내외 노동자들은 67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함께 흘린 피와 땀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체불고통을 힘겹게 견디어 내며 기업이 정상화될 계기가 마련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삼부토건의 기업정상화가 사회적, 공익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도움을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첫 토목건축공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중견 건설사인 삼부토건은 지난 17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박명호(가운데) 전국건설노조 삼부토건지부 위원장과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앞에서 법정관리 신청한 삼부토건 관리인 선정에 비도덕한 경영행태를 반복하는 현 경영진의 배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고발장을 접수하러 가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