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헤어지라"는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20대 남성이 사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살인, 준강간, 절도, 상해, 폭행, 감금치상 혐의로 기소된 장모(25)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A씨는 자신의 부모가 살해당하고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을 겪게 됏고 특히 장씨가 A씨의 부모를 살해 후 보인 행태가 지극히 폐륜적이다"면서 "사형을 선고할 경우의 양형 기준을 아무리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장씨에 대한 극형의 선고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이래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기도 하다"면서도 "현행 법제상 사형제도가 존치하고 합언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 사형 선고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장씨는 지난해 4월 헤어지자고 요구하는 여자친구 A(19·여)씨를 자신의 자취방으로 데려가 뺨을 때리고 발로 몸을 차는 등 폭행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부모로부터 A씨와 헤어지라는 말에 앙심을 품은 장씨는 A씨의 부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그해 5월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한 장씨는 배관점검을 하러 왔다며 A씨의 집을 찾아가 A씨의 부모를 미리 준비한 칼과 망치로 내리쳐 숨지게 했다.
A씨는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자정이 돼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였다. 자신의 아버지가 이불에 덮혀 있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자 장씨는 A씨의 머리채를 잡고 방으로 끌고가 아버지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말했다.
A씨가 계속해서 신고를 하려하자 장씨는 어머니가 피를 흘린 채 죽어 있는 모습을 확인시켜 줬다. 극도의 공포심에 빠진 A씨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말하자 장씨는 그녀를 성폭행했다.
장씨는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해서 A씨를 감금했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 나오고 싶었던 A씨는 결국 4층 베란다에서 1층 화단으로 뛰어내렸다.
1·2심은 "인간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A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