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 경고에도 불안한 청약광풍

젊은 세대도 투자수요 가세…"청약·전매 모두 피해 우려"

입력 : 2015-09-06 오전 11:00:00
연일 쏟아지는 물량에 과잉공급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분양시장에서는 최고 경쟁률 기록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분양권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자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분양권을 전매자 모두 피해를 볼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9월이 시작되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6일 현재 이달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총 26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에서 9월 한 달 동안 청약 접수를 한 단지는 31곳이었다.
 
청약성적도 나쁘지 않다. 분양 물량이 늘어났지만 최고 경쟁률 기록이 나오는 등 오히려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다. 전체의 77%인 무려 20개 단지가 순위 내에 마감을 기록했으며, 절반가량인 13개 단지는 1순위에서 조기 마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특히, 현대건설(000720)이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올해 분양시장 최고 경쟁률 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지난 3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이 단지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197가구 모집에 무려 12만2563명이 몰리며 평균 622.1대 1의 경이적인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984.5대 1에 달했다. 이 외에도 서울과 구미, 거제, 광주, 김해, 서산, 세종 등에서도 연이어 1순위에 청약을 마감하는 등 전국에서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겁게 달아올라있다.
 
◇물량 폭탄이 이어지고 있는 분양시장이지만 실수요 이외에도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투자 목적의 청약자들이 몰리며 분양시장 청약 광풍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황금동' 견본주택 모습 (사진/현대건설)
 
지속적으로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이처럼 전국에서 분양 광풍이 멈추지 않는 것은 청약자 가운데 실수요 뿐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수요도 상당수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내년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실거주 목적이 아니더라도 열기가 올랐을 때 청약통장을 사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분양권 거래를 부추기는 일명 '떴다방' 관계자와 건설업체 분양 관계자들은 최근 분양시장 수요 가운데 투자 목적의 수요자가 상당수 포함됐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 한강신도시 분양현장에서 만난 한 업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전셋값이 오르면서 실제 거주를 목적으로 청약을 넣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투자 목적이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라며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들도 여기저기서 가격이 오르면서 2000만원 정도는 프리미엄이 붙을 것을 예상해 청약을 넣는 경우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곳 분양관계자 역시 "견본주택 문을 열기 전 상담을 진행한 예비 청약자 10명 중 6명 정도는 투자 목적의 수요였다"며 "특히, 30대~40대의 젊은 수요자들이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실수요 이외에 투자목적의 수요가 청약시장에 몰리면서 향후 시장이 침체될 경우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센터장은 "분양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대구의 경우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지역별로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 침체 우려가 있다"며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의 수요자나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권을 매입할 경우 시장 침체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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