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미란기자] "서머랠리는 없다. 하반기 우리 증시는 불투명한 제반 변수들을 확인하는 지리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이상준 골든브릿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증시 전망을 묻는 질문에 '불투명하다'는 단어를 자주 언급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대한 안도감과 경기 개선 기대감에 코스피 지수가 지난 3월초 1000선에서 단숨에 1400선까지 솟구쳤지만 이 같은 강한 랠리를 하반기에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센터장은 하반기 증시는 불투명한 제반 변수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횡보장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반기 예상밴드로 그는 지수 1300~1500포인트의 박스권을 제시했다.
이 센터장은 "지수 1300선은 활발한 손바뀜과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가 진행됐기 때문에 든든한 지지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지수 1500선은 밸류에이션 부담감을 안고 있는 영역으로 새로운 상승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점증하는 인플레이션과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와 상반기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공급 물량 부담을 하반기 증시를 짓누를 3대 변수로 꼽았다.
다만 2차전지, 원자력, 바이오주 같은 정책관련주와 반도체, 자동차업종 대표주는 상대적으로 하반기 긍정적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서머랠리 도래할까.
▲서머랠리는 여름철 매니저들이 휴가철을 앞두고 주식을 미리 사놓고 휴가를 가면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집중되는 현상을 말한다. 하지만 실제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단기적 흐름은 어떤 요인보다 수급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국내 직간접 투자시장에서 2조원의 자금이 빠져 나가 있는 데다 3월부터 장세를 이끌어온 외국인의 매수세가 한풀 꺾인 양상에서 올해 서머랠리에 따른 계절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하다.
-7월, 2분기 실적 시즌 기대감도 남아 있지 않나.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생각보다 실적이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같은 요인은 이미 현 주가에 선반영된 상황이다. 때문에 실적 발표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주기 보다는 하반기 실적 전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수급적으로 외국인이 주식을 사주지 않으면 주식시장 흐름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주식형펀드가 큰 매력을 잃었기 때문에 자금 이탈이 일어나고 있고, 개인 투자자금도 한때 16조원을 넘어갔지만 이미 정점을 지났다.
반면 신용잔고가 4조원대를 넘어서면서 매물 부담이 생기고 있다. 유일한 해법이 외국인인데 3월부터 적극적으로 매수했던 외국인도 6월 들어 처음으로 4일 연속 매도하는 등 강력한 매수 기조는 빛이 바래고 있는 모습이다.
-하반기 증시 전망과 예상 지수대는?
▲하반기 증시는 박스권이 좀 더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통상 경기 침체기 경기 사이클은 완만한 W자형 패턴으로 전개된 경우가 많다. 지금 글로벌 경기는 1차 저점을 확인한 후 완만한 반등 국면이라고 판단한다.
실제 국내외 경제 지표들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뚜렷하게 개선됐다는 신호를 감지하기 어렵다. 단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으면서 부분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회복 속도 역시 상당히 완만한 흐름이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본격적인 랠리를 전개하기도 역부족이다. 긍정론자의 눈에는 안정적 시장으로, 비관론자의 입장에서는 정체된 시장으로 보여질 것이다.
하반기 코스피 예상 지수대는 1300~1500포인트를 보고 있다.
우선 1300포인트선은 강력한 지지대로 작용할 것이다. 이유는 최근 상승 국면에서 1300~1400포인트에서 거래가 상당히 많이 이뤄져 활발한 손바뀜이 이루어진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산 지수대 역시 1330포인트선이다. 다시말해 1300대 중반 이하에서는 반발 매수세가 들어오는 양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1500포인트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2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상의 부담이 상당히 따르는 수준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1400대까지 시장의 원동력이 됐던 '안도감' 이외에 추가적인 '새로운 모멘텀' 발생이 필연적이다.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이러한 모멘텀을 찾기가 쉽지 않다.
5∼6월장처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일시적으로 1300 아래와 1500 위를 넘나드는 '셀링 크라이막스' 또는 '오버슈팅'이 나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하반기 지수대가 1300~1500선으로 회귀해 이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시장 흐름이 예상된다.
-하반기 증시의 주요 변수는.
▲크게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하반기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이다.
주요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 지표 상으로는 아직 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자금들은 이미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 70달러선을 넘나드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시세의 급등이 이같은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상품가격 급등 요인은 수요 증가라기보다는 인플레이션을 대비한 글로벌 자금이 몰린 탓이다. 인플레이션 헷징 차원에서 이들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보유 비중이 낮고 수출 주도형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이같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하반기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다.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상반기 실적 호전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세계 교역시장 규모 축소는 여전히 불안한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교역 조건이 나빠진 점도 우리 기업 에는 부담이다.
상반기 대규모 증자에 따른 증시의 물량 부담도 체크해야 할 변수다. 상승장에서 증시 참여자들이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았던 부분이나 이는 중기적으로 증시에 상당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하반기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SK C&C와 포스코건설의 신규 상장도 예정돼있다. 이외 KB금융과 대한전선 등의 대규모 유상증자도 예상된다.
매수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공급 물량 증대는 우리 증시가 풀어야 할 또 다른 난제다.
중국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상반기 중국 증시가 선방했던 이유 중 하나가 공급 물량 조절에 따른 결과다. 하반기 IPO 재개가 중국 증시에 어떻게 작용할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유망 업종과 종목은.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기대가 크다. 증권사 별로는 경기민감주를 사야한다 또는 경기방어주를 사야한다는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그만큼 향후 경기에 대한 긍정과 부정적 시각이 혼재하고 있다. 이같은 경기 사이클에 근거한 접근은 무리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결국 상반기 시장을 주도했던 정책관련주, 그 가운데 2차전지(하이브리드), LED, 원자력, 바이오주가 하반기에도 순환하면서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테마나 업종은 과도한 주가 상승으로 부담이 있으나 먼저 조정을 거친 테마주를 중심으로 매기가 순환하는 흐름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치킨게임'이 마무리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분할해 사서 담을 필요가 있다.
뉴스토마토 권미란 기자 kmir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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