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도입되는 한국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가 의무가입기간과 인출제한 등 설계상의 미흡한 점이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현재 ISA 제도 설계를 보면 금융자산 형성을 제도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인출제한을 두고 있어 시행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장담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에 대한 인출요건 면제와 부부계좌 개념의 도입, ISA 제공기관의 참여요건 완화 등이 추가로 검토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ISA는 의무가입기간 동안 자금인출이 제한돼 적극적인 자금유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정남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행 중인 재형저축과 소장펀드에 자금유입이 저조한 큰 원인 중 하나가 만기(5년, 7년)까지 인출이 제한되는 유동성 문제"라며 "영국의 ISA 대비 유동성과 절세혜택이 크지 않은 이유"라고 꼬집었다.
ISA 제도 도입을 결정한 정부의 결정은 매우 획기적이지만 계층간 소득분배의 문제 등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앞서 적용한 선진국 사례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되면서 정작 저소득층이 제도를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너무 높게 설정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부방안에 따르면 ISA를 통한 전체 금융소득 중 200만원까지만 비과세혜택을 부여하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9% 저율, 관리과세하기로 했다.
천창민 연구위원은 "국가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해는 되지만 사실상 후퇴한 정책"이라며 "3년으로 설정돼 있는 저소득층 의무가입기간을 철폐하고 저소득층의 저축을 장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요층 범위 확대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200만원인 비과세한도를 300만원까지로 하되 '부부 각각 150만원'까지 비과세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권간 공정한 경쟁을 위해 금융기관의 참여를 늘려야 하고 이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ISA용 신탁업 인가단위를 추가로 신설하는 것도 바람직하다는 진단이다. 제도 운용기간 확대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한국형 ISA제도는 3년을 일몰로 설계된 상태인데 이를 최소 10년 이상의 제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ISA는 가입자가 예적금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통합관리할 수 있으면서 세제혜택이 부여된 계좌를 말한다. 재형저축과 소득공제장기펀드 등 기존의 절세 금융상품은 가입자격에 소득제한을 뒀지만 ISA는 가입자격에 소득제한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