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의약품의 R&D와 국제화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글로벌개발본부 전무

입력 : 2015-09-09 오후 3:05:57
◇정원태 전무.(사진제공=한국유나이티드제약)
의약품은 정밀화학부터 출발해 바이오산업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의약품 정책의 기조는 현재 시장에서 독점이 풀린 약은 더 싸게, 미래에 나올 새로운 약은 더 좋은 것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의약품은 발명자에게 20년간의 독점기간을 보장해준다. 연구개발에 투자된 돈을 이때 회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점기간 동안은 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비용보다는 약값이 훨씬 비싸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발명자의 독점기간이 끝나면 그와 동일한 약효를 가진 동일한 제품 즉 제네릭 의약품이 나와 가격경쟁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제네릭 의약품의 효용성은 특허보호기간이 지나면 공공재화해 같은 수준의 기술을 지닌 경쟁자에 의해 더 싼값에 만들어져 국가 건강보험의 재정을 절감하는 것이다.
 
자국 의약품 산업이 붕괴된 필리핀의 경우 거대 다국적 회사가 시장을 지배해 국민소득은 낮은데 약값은 생활수준보다 훨씬 비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체재가 없으므로 국부가 거대 다국적사에 흘러가는 것이다. 자국 의약품산업이 중요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진국에서 개발된 원천기술과 이태리 디자이너의 힘으로 만들어진 ‘포니’ 자동차를 제네릭 의약품쯤으로 비유한다 치자. 만약 우리나라가 포니의 개발로 안주했더라면, 아마 지금쯤은 인건비와 원가의 압박을 받는 세계의 저가 자동차 공장에 머물렀을 것이다.
 
차가 단순히 저가의 흉내 제품에 머물지 않아야 하는 것처럼, 의약품도 연구개발을 통해 계속 진화해야 한다. 의약품도 마찬가지다.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작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수백 년간 입증된 약물로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는 약물이다. 특허권은 만료돼 이젠 누구나 합성할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시대부터 사용했다면 수천 년의 역사를 헤아리게 된다. 해열진통 기능에다 최근에 혈전예방 효과까지 알려지면서 순환기계 질환의 증가로 웬만한 곡물생산량보다 더 많이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위궤양유발 등 위 자극성의 부작용으로 장기 복용을 피해야 했기에, 위에서 녹지 않고 장에서 녹도록 장용성 약물로 개량됐고, 싸고 효과 좋은 이점으로 인해 처방율 1위의 약물로 등극했다. 장용성 기술은 원천적으로 아스피린의 개발회사인 독일계 바이엘이 개발한 것도 아니다. 오래 전부터 사랑 받는 약물에 잘 알려진 기술이 가미된 진화가 이뤄짐으로써 더욱 넓게 사랑 받는 약이 된 것이다.
 
의약품 연구개발의 효용성이란 이렇다. 환자에게 더 유용한 약을 만들고, 기술우위자의 선취권의 독점을 막고, 기술축적을 해나가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스위스는 국토의 크기나 국민수에서 우리나라에 훨씬 못 미치지만 노바티스나 로슈 같은 세계적인 제약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스위스 의약품 생산은 10%가 내수용이고 90%가 수출용이다 보니 지구반대편인 우리나라까지 지사를 만들어 사람을 파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약은 90%가 내수용으로 국내에서 수많은 제약회사가 경쟁하고 복작거리다 보니 안방대장, 골목대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제약의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한다. 깡통 차로 놀림을 받다가 북미를 정복한 후에야 효자산업으로 박수를 받듯이 우리 의약품도 세계인이 쓰는 날이 하루속히 오도록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제약회사에 남겨진 또 한가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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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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