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종화기자]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와 투자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유보금만 쌓아놓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국내 대기업들이 올 하반기에는 실제로 투자를 확대할 것인지 주목된다.
재계는 '설비투자를 늘리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물론 정책 당국의 수장을 불러 재계의 입장을 다시 전달하려고 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고, 정부는 추가 규제완화책을 준비 중임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 민간투자 확대(?)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 재계, 하반기 투자 확대 공표
29일 기획재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이날 전국 1007개 기업(대기업 254개, 중소기업 753개)들을 대상으로 '2009년 하반기 설비투자계획 조사'를 벌인 결과 국내 기업들은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평균 3.0%(경상가격 기준) 투자를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상반기 투자실적은 지난해보다 7.9% 감소했다고 털어놨다. 올들어 투자가 부진했음을 재계가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하반기에는 전력·가스(11.1%), 석유화학·에너지(7.8%), 고무·플라스틱·종이(7.0%), 운수업(6.6%), 유통업(5.4%), 전기전자제품(4.4%) 등의 업종이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또 투자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금융과 세제지원 확대(33.4%), 금융시장 안정(18.5%), 저금리기조 지속(17.6%), 규제완화(14.3%), 확장적 재정정책기조 지속(13.7%) 등을 요구했다.
재계는 이 같은 기업들의 요구사항과 투자확대의 분위기를 당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날 저녁 신라호텔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 '경제정책위원회(위원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를 개최할 예정이다.
◇ 정부, 기업환경 개선 약속
윤 장관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경련 공식행사에 참석한다.
윤 장관은 이날 위원회에서 대기업의 경영진들과 최근 경제상황을 논의하고, 기업의 애로를 직접 청취하는 것은 물론 다시 한 번 투자확대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도 정부가 확장적 재정·금융정책 기조를 견지하고, 고비용의 경제구조 개혁, 규제완화,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든 부분에 걸쳐 기업의 투자를 견인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선물을 준비하고 있음을 먼저 알렸다.
윤 장관은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소비도 설비투자도 줄고 있는데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느냐"고 묻자 "민간 부분이 많은 동력을 상실하고 있어 민간 투자와 소비를 견인하기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며 "7월 민관합동회의를 통해 모든 부분에 걸쳐 기업의 투자를 견인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로 규제를 완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기업들이 하반기에는 실제로 투자를 실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정부는)기업환경개선 등을 통해 투자의 위험성을 줄여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가 이번에는 호흡을 맞춰갈 지 주목된다.
뉴스토마토 김종화 기자 just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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