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재벌그룹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기 보다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업결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업종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기업의 규모를 키우는 적극적인 기업결합 보다 자사의 사업부문과 관련된 특정 사업부문만을 인수하는 영업양수 형태가 선호됐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국내기업의 기업결합(공정위 심사대상 기준)에서 주식취득은 지난해(80건)와 비슷한 수준(81건)을 유지한 반면, 영업양수는 23건에서 3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심사대상은 결합 당사자 서로가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 등으로, 공정위는 심사결과 독점력이 발생할 소지 등에 비춰 결합을 취소할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 영업양수 방식을 취한 대표적인 국내기업 결합 건은 현대백화점의 엔터식스 대형쇼핑몰 사업부문 인수와 롯데쇼핑의 대우인터내셔널 백화점 마산·부산지점 영업양수 등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의 이같은 기업결합 특성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 보다는 핵심 분야 강화를 통해 내실을 기하려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해석했다.
영업양수 외 주식취득을 통한 인수에서도 핵심 사업 강화 차원으로 해석되는 대규모 기업결합이 다수 있었다. 한화가 삼성의 석유 화학·방위업종 계열사(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일괄적으로 인수한 것과 세아가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상반기 국내기업들의 기업결합 동향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구조조정 목적의 계열사 간 기업결합이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재벌그룹의 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건수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19건에서 22건으로 15.8% 느는데 그쳤지만, 금액 측면에서는 3조2000억원에서 18조5000억원으로 무려 478.1%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SK와 SK C&C 간 합병,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 등이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업종과 금융업종에서 기업결합이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전자기업의 결합 건수가 16건에서 30건으로 늘었고, 금융기업은 21건에서 45건으로 증가했다.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전기·전자 부문의 기업결합 증가는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결합이 증가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기업의 기업결합 규모는 여전히 외국기업에 견줘 턱없이 작은 편이다. 인수 방식에서나 규모 면에서 국내기업의 적극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이뤄진 공정위 심사대상 기업결합 건수 총 313건 가운데 국내기업의 결합은 249건(79.6%)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금액 측면으로는 총 39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체(127조7000억원)의 30.9%에 불과했다. 64건의 기업결합에서 88조3000억원이 오고 간 외국기업의 결합과 비교해 약 8분의 1 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이 또한 한해 전 보다는 훨씬 규모화한 결과다. 지난해 이 기간 국내기업의 기업결합은 229건, 12조4000억원으로 올해 각각 8.7%, 218% 커졌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대기업집단은 기업결합 방식으로 주식취득을 줄이고, 영업양수와 임원겸임 방식을 택했다.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