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표적인 군 의문사 사건인 '허원근 일병 사건'을 두고 대법원도 자살인지 타살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국가의 배상 책임만을 인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0일 허 일병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허 일병이 타살됐다는 점에 부합하는 증거와 정황들만으로는 소속 부대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그렇다고 허 일병이 스스로 소총 3발을 발사해 자살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당시 헌병대가 군수사기관으로서 허 일병의 사망원인 및 경위에 관한 조사를 함에 있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원심이 군수사기관의 현저히 부실한 조사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허 일병은 지난 1984년 군에 입대해 강원 화천군 육군 7사단에서 복무하던 중 그해 4월2일 총상 3발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육군 헌병대는 허 일병이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고, 육군 범죄 수사단과 육군본부 법무감실이 1990년과 1995년 각각 이 사건을 다시 조사했으나 고인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라고 결론내렸다.
국방부는 2002년 허 일병이 자살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발표했으나, 의문사의원회는 2004년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을 타살로 발표했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11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은 은폐와 조작에 의해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라며 유족에게 9억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허 일병의 사망 원인을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되, 당시 군수사기관의 부실 수사를 인정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국가는 유족에게 3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허원근 일병 사망 사건이 자살로 판결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허 일병의 부친 허영춘씨(76)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