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스토리)'미친 전세값', 내 돈 지킬 보험은?

전세금보증보험, 가입조건·금액 제각각…꼼꼼히 확인해야

입력 : 2015-09-13 오전 10:59:55
이사철인 가을을 앞두고 세입자들의 마음이 다시 심란해지고 있다. 주제 모르고 뛰는 전셋값때문이다. 최근에는 서울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성북구 종암동 삼성래미안 전용 59㎡ 아파트(3층)는 3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는데 같은 달 거래된 같은 면적의 3층 아파트 매매가(3억4500만원)보다 500만원 비쌌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4단지 e편한세상 전용 84㎡도 지난달 4억5500만 원(7층)에 전세 거래됐고 이는 매매가(4억5000만원·14층)를 500만원 추월했다. 길음뉴타운 인근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단지는 4단지 e편한세상으로 89.1%에 달하고 길음뉴타운 2·3단지 푸르지오도 전세가율이 86.7%를 기록했고 5단지 래미안도 85.5%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전세가격의 매매가격 역전현상은 저금리에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들이 고액의 전세도 마다하지 않고 계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을 일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역전현상이 일어나는 경우는 주로 1층과 같은 저층 아파트이거나 급매물로 나오는 아파트가 해당하는 경우라는 것. 세입자 입장에서는 대출이 없고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는 집을 선호하기 때문에 같은 집이라도 대출이나 다른 리스크가 없다면 전세금이 다소 높더라도 계약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전세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 역전되었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 만큼 전세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위기시 세입자가 입게 될 피해다. 전세가율이 80% 인 집에 집주인이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20%만 잡아도 대출과 전세금이 합쳐진 ‘깡통주택'이 된다. 깡통주택은 경제여건 악화로 집값이 급락하거나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세입자는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시중은행 PB팀장은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전세가와 낙찰가 차이가 크지 않아 감정가 기준인 경매가는 매매가보다 낮다"며 "전세보증금은 다 받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턱대고 계약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깡통주택 대비 ‘전세보증보험’ 필수..가입조건 꼼꼼히 따져봐야 
 
전세보증금이 걱정된다면 전세보증보험을 들어놓는 게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전세금 보험은 전세계약 종료 시 집주인에게 돌려받아야 하는 전세보증금 반환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이미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전세금 폭등과 초저금리에 따른 대출증가로 전세금 지키기가 불안해지면서 전세금 보험을 찾는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SGI서울보증 전세금보장신용보험 가입건수는 2012년 9800여건에서 2014년말 1만 2900여건으로 30% 가량 증가했다. 대한주택보증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2013년 9월 출시 초에는 1647가구 2503억원에 그쳤지만 2014년말 5459가구 1조12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초 출시된 전세금안심대출보증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상품은 보증료율도 기존 보증상품보다 나은 0.15%로 1억원을 받을 경우 1년에 15만원 정도 부담하면 된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단, 상품별로 가입 기준과 보증 수수료 금액이 차이가 있어 꼼꼼히 살펴야한다.  SGI서울보증과 대한주택보증 상품은 보장해주는 내용은 같지만 세부 조건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우선 대한주택보증 상품은 보증수수료가 전세금의 연 0.197%로 낮은 편이다. 사회 취약 계층엔 보험료도 깎아주는데, 연소득이 2500만원 이하거나 혹은 19세 미만 자녀가 3인 이상이면 20% 할인해 준다. 하지만 수도권은 4억원, 나머지는 3억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고,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과 대출을 합한 금액이 집값의 90% 이하여야 한다. 전세보증금 중 일부만 나눠서 가입하는 게 불가능하므로 수수료도 비쌀 수 있다. 
 
반면 SGI서울보증은 아파트의 경우 전세금과 대출을 합한 금액이 집값을 넘지 않으면 돼 인수 기준이 넉넉한 편이고, 전세금 한도도 없어 고가 전세의 경우에 유리하다. 보증금 일부 가입도 가능하다. 대신 보증료는 연 0.232%(아파트 기준)로 높은 편이다. 2년 원칙으로 가입하며 자동차 보험처럼 소멸성이기 때문에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이사를 가면 미리 낸 보험료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한다. 수도권에서는 전세보증금이 4억원 이하일 경우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가입 한뒤 보험사에서 안내문을 집주인에게 보내는 데 집주인이 이를 거절하면 가입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위의 두 상품은 보험이긴 하나 세입자에게 보험료가 비싸다는 의견이 없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2억일 경우 보험료가 60만원으로 부담이 컸다. 하지만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고 해도 보증금 전액이 날아가지는 않는다. 따라서 원할 경우 일부만 보증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준 것이 국토교통부에서 올해 초에 출시한 전세금 안심대출 보증이다. 
보통 시세의 7~80%가 낙찰된다면 낙찰금액과 전세가액 차액 정도를 손해 보게 되므로 실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금액 30% 수준인 6000만원에 대한 보증보험에 가입 하면 된다. 이 때 보험료는 18만원으로 낮아지므로 연간 42만원의 보험료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전세보증금 전액을 가입했다면 해지하고 남은 기간 보험료는 환급받고, 필요한 금액만큼만 다시 가입하면 된다. 단, 전세 계약한지 1년 이내에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참고하자. 
 
이처럼 안전장치를 마련한 세입자라면 조금은 안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대비 60%를 넘어가는 매물은 피하는 게 좋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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