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때론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소액주주운동은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해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잘못된 경영형태를 바로 잡고자 민간차원의 감시 형태로 시작됐다. 그러나 소액주주운동이 때론 기업의 발목을 잡아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개인 이득만 챙기는 형태의 운동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소액주주들은 기업의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를 경영진의 무능으로 돌린다. 때문에 일부 적극적인 소액주주 연대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불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런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에 기업들은 억울함을 하소연하거나 분노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진 후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경영에 매진해도 시원치 않을 때, 소액주주의 일거수일투족에 정력을 낭비하는 셈이다.
또 일반적으로 소액주주연대는 약자의 편이고, 기업은 강자의 편이라는 인식 때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소액주주에 대응하는 것에도 조심스러워 한다. 자칫 여론몰이의 희생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업 "억울하다"
최근 일동제약(000230)은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와 투자자문회사가 연합한 소액주주 등과 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 등 경영권 참여를 놓고 표대결을 벌였다. 결국 주총에 참여한 과반수가 넘는 주주들이 회사측이 추천한 이사와 감사후보에 표를 던져 사측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소액주주측에서는 주총에 참여한 주주들의 위임장과 투표 과정에 문제를 제기, 법적소송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재 활발하게 움직이는 소액주주들은 전국에 산재한 몇몇 투자자가 모인 단체"라며 "이들 단체는 전국의 모든 사람이 자기를 지지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어떤 사람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자기 처나 장모, 조카, 형들의 이름으로 돌린 다음, 자칭 소액주주 연대라는 이름을 붙인 뒤 소송을 건다"고 전했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면 일부 주식을 팔거나 사면서, 그 기업이 M&A설에 휩싸이게 한다는 설명이다.
박시영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M&A 과정에서 지분권 경쟁이 붙었을 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소액주주들이 연합해서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가 가끔 생기고 있다"며 "정당하게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대표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정상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지연되면서 경영상의 불이익이 발생하는 측면은 소액주주운동의 부정적인 측면"이라고 우려했다.
◇ 法, "기업가치를 포기할 순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상법상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환경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이기도 하지만 기업들이 느끼기에 불필요한 경영 간섭을 할 수 있게 한 근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의 정족수는 출석주식의 과반수나 3분의 2 이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미 지배주주나 경영진이 경영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의 개별의결권은 의미가 없다.
또 주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주발행, 주식관련사채(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은 이사회 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일반주주가 주식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다.
반면 대주주가 없고 분산된 소유구조나 경영권 인수와 이를 방어하는 세력이 맞붙는 경우라면 개별주주의 의결권은 상당한 프리미엄을 갖는다.
이 때문에 대주주가 확고한 지분을 보유하지 못한 코스닥업체 등은 소액주주들과의 소송에 쉽사리 휩싸일 수 있다.
법적인 부분에서 소수주주들 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우선시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법제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와 다르게 단 한 주를 가지고 있어도 주식에 대한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대표소송이 남발하고 있다"며 "이런 부분 때문에 몇 십년에서 몇 백년 쌓은 기업의 가치가 한순간 무너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분명 국가적 손해이기도 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경영진의 이익이 아닌 기업 자체의 이익, 즉 기업의 가치를 생각해주자는 법적 해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법적 해석도 이런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empero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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