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도 정부정책에 적극 부응하며 임금피크제 논의에 나섰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정년 나이 등에서 노조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과 KEB하나, 신한, 농협, 기업 등 주요 은행들이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협상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노조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모양새다.
씨티은행 노조는 임금피크제 논의가 진행중이라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비정규직 38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부분과 퇴직금 누진제를 둘러싼 이견 탓에 논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사안 때문에 정년 시점이나 다른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논의는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씨티은행측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제도를 이번에 새로 만들려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협상이 지연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노조와의 협상 진행 현황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대화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씨티은행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SC은행은 임금피크제 후발주자로 노조와의 합의점을 찾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SC은행 노조에 따르면 양측은 현재 은행 별 노사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산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도 쟁점이 되는 것은 정규직 전환 부분이다. SC노조는 무기계약직 전원을 일괄적으로 정규직화를 놓고 양측이 대립중이라고 밝혔다.
SC노조는 KEB하나은행처럼 일단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합의가 이뤄져야 임금피크제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입장이다.
정년 나이에서도 입장이 갈린다. 노조는 만 57세를 밀어붙이고 있으나, 사측이 만 55세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사례를 보면, 정년 57세는 농협과 수협이, 55세는 국민과 하나은행이 각각 적용한 상태다.
SC은행측은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며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그동안 정부정책에 적극적이지 않던 외국계 은행이 임금피크제에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자기네 고유의 영업과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어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곤 했다"며 "이번 임금피크제 건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기 때문에 적용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