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애인의 변심을 의심한 나머지 잔혹하게 살해한 현역 군인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육군 상병(상근) 박모씨(23)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박씨는 2013년 5월 사촌동생 소개로 알게된 A양(18)과 교제하다가 2014년 2월 A양이 임신한 것을 알고 아이를 지우도록 설득해 낙태시켰다.
그러나 이후 A양이 자신을 소원하게 대하자 변심을 의심하고 살인을 결심한 뒤 같은 해 4월 A양을 불러내 성관계를 갖던 중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A양을 등 뒤에서 찔렀다.
1차 살인시도에 실패한 박씨는 A양이 도주하자 뒤따라가 흉기와 주위에 있던 둔기로 수차례 내리쳐 결국 살해했다. 이후 A양의 가방을 뒤져 현금 3만원과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났다.
군검찰은 박씨를 강간 등 살인, 절도, 폭행, 낙태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1, 2심은 나머지 죄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를 인정했으나 A양이 박씨의 아이를 임신할 정도로 가까웠던 점과 성관계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해볼 때 강간으로 볼 수 없다며 살인죄로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 2심은 양형과 관련해 "피고인이 특별한 동기 없이 매우 잔인하게 살해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해 용서받을 수 없는 것으로 중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갓난아기 때부터 부친의 얼굴도 모르고 외조부 밑에서 모친과 살다가 초등학교시절 모친마저도 재혼해 사고무친의 신세가 되는 등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점, 그로 인한 피해자에 대한 집착과 열등감으로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한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일부 혐의에 대한 무죄 주장과 함께 형이 무겁다며, 군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