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 소유 차량인 이른바 지입차주가 견인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김병수)는 차량 견인 업무를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박모씨의 아내 허모씨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를 비롯한 지입차주들은 견인업체인 A사로부터 자동차 견인을 지시받았고 견인 업무를 하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경우 제재금을 부과받는 등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박씨를 A사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허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가 지입차주인 박씨를 근로자로 판단한 정황으로 ▲회사 지시에 따라서만 견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지입차주들이 차량을 견인한 이후에도 보험회사와 개인운전자 등으로부터 직접 견인 비용을 받지 못했고 ▲근무시간 중에는 항상 지정된 사무실에서 견인 차량 발생 연락을 받기 위해 대기해야 했으며 근무 장소를 벗어나려면 사전에 승인받아야 했던 점 등을 들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재판 과정에서 박씨가 A사로부터 견인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아 왔기 때문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입차주들에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보장되지 않고 지입차주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견인 실적에 따라 차이가 있었던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런 성과급 형태의 금원 역시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서의 성격이 반드시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12년 10월부터 A사 차량을 이용해 견인업무를 해 오다가 2013년 2월부터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렉카차를 이용했다.
박씨는 그해 7월 사고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운전하던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아내 허씨는 근로복지공단에 "박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라며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박씨가 지입차주로서 개인사업자에 해당할 뿐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하자 이에 불복한 허씨가 소송을 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