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중국발 글로벌 경제 둔화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2분기 순이익이 감소한 데다가 8~9월 지표까지 부진하게 발표되면서 중국 경제가 하반기에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 금융 기구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저마다 3분기 중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아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잇따른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프랑스 언론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평균 3.3%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더는 현실적이지 않다”라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최근 세계 경제 여건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내년 성장 전망치가 모두 3%는 웃돌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내년 전망치는 3.8%로 제시했다.
씨티그룹 역시 이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2.7%에서 2.6%로 낮춰 잡았다. 4개 분기 연속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IMF와 씨티그룹은 공통적으로 중국발 경제 둔화 우려감을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중국과 더불어 신흥 시장의 움직임은 선진국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기업들의 이익과 지표 둔화로 세계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세계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추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OECD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 3.6%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요 둔화로 상품 시장이 무너지고 일부 신흥국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영향력은 선진국 경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가 금융시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30% 이상이 중국 경제 부진이 선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캐서린 맨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무역과 금융시장에서 현재 상당히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경제 회의론 지속
중국발 세계 경제 둔화 우려는 올해 상반기부터 제기돼왔다. 지난 6월 상하이종합지수의 급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을 통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합하지 못한 지표 추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중국 경제의 회의론자들은 꾸준히 중국의 제조업 지표 추이를 지적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해 1월과 2월에 지난 2011년 이래 처음으로 기준치인 50을 하회했다. 이후 50을 회복해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가는 듯 했으나 지난달(49.7) 재차 위축국면으로 돌아섰다.
중소기업 위주의 차이신 제조업 PMI는 올해 3월 이후 7개월 연속 50을 하회하고 있으며 6년6개월래 최저치를 꾸준히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통계국(NBS)에 따르면 상장된 중국 제조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기업이 전체 3분의 1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NBS는 전체 기업의 지난달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해 지난 2011년 이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반면에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나 내수 경기 회복세가 이를 상쇄하고 있어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주가 급락으로 최근 금융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중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서비스업과 고용 등 내수 경기는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건스탠리는 “향후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의 개선이 중국의 내수 경기를 이끌 것”이라며 “올해 중국 내 고용 수준도 정부의 목표치에 다가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내달 1일에 발표될 제조업 지표 추이와 함께 정부의 부양 조치가 지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가오슝 철강 공장의 생산 라인의 모습.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