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작년에 이어 2년째 26위에 그쳤다. 한때 11위까지 올라섰던 국가경쟁력이 꾸준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노사간 협력, 고용 및 해고 관행 등 노동시장의 비효율성과 금융시장의 비성숙도가 전체 경쟁력을 끌어내렸다.
30일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종합 순위가 작년과 같은 26위라고 발표했다. 총 140개국 중 26위로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이 각각 1·2·3위를 차지했다.
WEF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민간 회의체로 기업인,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여 세계 경제 문제를 토론하는 기구다. '다보스 포럼'이란 이름으로 알려진 WEF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함께 양대 국가경쟁력 평가 기관으로 꼽힌다.
2007년 11위까지 올라섰던 한국의 순위는 작년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후 올해도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반면 2007년 우리와 상위권 경쟁을 벌였던 싱가포르(2007년 7위→2015년 2위)와 일본(8위→6위)은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았던 홍콩(12위→7위), 대만(14위→15위), 말레이시아(21위→18위), 사우디아라비아(35위→25위), 아랍에미리트연합(37위→17위) 등은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계속 하락하는 사이 아시아 주변국들은 빠른 속도로 우리를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8년 13위, 2009년 19위, 2010년 22위, 2011년 24위로 계속 하락했다. 이후 2012년에 19위로 잠시 반등했지만 2013년 25위로 추락한 후 2년째 26위에 머물러 있다. 26위는 2004년 29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노동, 공공, 금융, 교육 등 4대 분야 가운데 노동 및 금융 시장의 비효율성이 전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으로 지적됐다.
분야별로는 3대 항목 가운데 거시경제·인프라 등이 포함된 기본요인 순위가 지난해 20위에서 18위로 올랐지만 평가 비중이 50%로 높은 효율성 증진 순위는 25위로 변동이 없었다. 기업 혁신 분야도 22위로 지난해와 같았다.
무엇보다 금융시장 성숙도와 노동시장 효율성 순위가 낮았다.
금융시장 성숙도는 80위에서 87위로 7단계 뒷걸음질 쳤다. 3대 취약 부문으로는 대출 용이성(119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86위), 은행건전성(113위) 등의 항목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는 작년보다 3단계 올라섰지만 83위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사간 협력은 132위로 세계 최하위권이었으며 고용 및 해고 관행은 115위, 정리해고 비용은 117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66위에 머물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취약 분야인 노동·금융 부문이 순위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됐다"며 "노동·금융 분야의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세계경제포럼(WEF)의 '2015년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는 총 140개국 가운데 26위에 랭크됐다. 지난해와 같은 순위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