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둔화 공포에 원자재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3분기에만 국제유가는 25%나 급락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광물 가격도 연일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구리는 톤당 4970달러로 지난 2009년 이후 처저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등의 기미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글로벌 경제 성장 속도가 둔해졌고 원자재 시장의 과잉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향후 5년 간 이 같은 침체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기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추락했지만 아직까지 바닥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거시경제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상태에서 원자재 가격 반등을 기대할만한 요인이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에 조만간 미국의 금리 인상 마저 단행될 경우, 원자재 시장은 본격적인 혹한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브라질 등의 자원 신흥국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2015~2017년 경제성장률이 연 1%포인트씩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브라질은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고 헤알화 가치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헤알화의 끝모를 추락은 원자재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서부터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한편 이날 세계은행(WB)은 유가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러시아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8%와 -0.6%로 낮췄다. 3개월 전 전망치는 -2.7%, 0.7%였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내년 유가가 30달러선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에 대비한 움직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MF는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인 하락이 원자재 의존국에 순환적인 고통을 안기고 있다"며 "전반적인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흥국 위기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도 보고서를 통해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향후 몇 년간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