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알려진 여의도 지하 벙커가 시민에게 공개된다.
서울시는 1일 여의도 지하 벙커 현장설명회를 갖고 1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시민체험행사를 거쳐 내년부터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지하 벙커는 지난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공사 중 옛 중소기업전시장 앞 도로 아래에서 발견됐다.
버스환승센터 승강장에 있는 출입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가면 우측으로 고급 쇼파, 샤워장, 화장실을 갖춘 약 66㎡의 공간이 나온다.
반대편에는 기계실과 화장실을 갖춘 약 595㎡의 공간이 나오며, 나머지 2개 출입문은 각각 신한금융투자, IFC 건물과 맞닿았지만 폐쇄된 상태다.
벙커는 여의대로 지하 2.2m 아래에 50㎝ 두께의 단단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는 벙커 두께가 일반적인 아파트에 사용되는 형태(12㎝)보다 훨씬 두꺼워 웬만한 북한 미사일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보고 있다.
시는 2005년 발견 이후 각종 부처와 자체 자료를 뒤졌지만 구체적인 시기, 목적, 주체에 대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
다만, 시가 관리하는 항공사진을 살펴본 결과, 1976~1977년 항공사진에서 벙커 출입구가 발견되면서 이 시기에 공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공원(당시 5·16 광장)이 매년 국군의 날 행사를 연 곳으로 벙커 위치가 국군의 날 사열식 단상 위치와 일치한 만큼 1977년 국군의 날 행사를 대비한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일 가능성이 높다.
벙커는 2005년 발견 이후 버스 환승객 편의시설 설치 등이 검토됐으나 수익성 문제 등으로 백지화됐으며,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상태다.
천장과 벽면을 보수하고 배수펌프, 환기시설을 설치했으며, 천장과 화장실 등에 있던 석면도 완전히 철거해 정밀점검 결과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는 C등급을 받았다.
시는 관련 자료가 부족한 만큼 시민체험행사 과정에서 벙커와 관련된 아이디어와 제보를 받아 활용 계획을 수립, 냉·난방시설, 소방설비 등을 갖춰 내년 중 전면 개방할 방침이다.
전면개방에 앞서 IFC 앞 보도 쪽으로 연결된 출입구 1개와 엘레베이터 등 편의시설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시민체험행사는 홈페이지(safe.seoul.go.kr)을 통해 접수한 인원에 한해 이뤄지며, 벙커 내부에 전시한 열쇠박스, 고급 쇼파, 콘크리트 구조물 등 관련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김준기 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여의도 지하 비밀벙커는 역사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녔지만 장기간 사용되지 않아 잊혀진 곳”이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해 역사적 특징을 보존하면서도 지역적 여건이 고려된 시민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 지하 벙커 내부 모습.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