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이 주진형 대표(사진)의 개혁 드라이브에서 비롯된 내부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한화그룹이 주 대표의 연임불가를 통보한 가운데, 일부 임직원들은 영업시스템 개혁 강행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한화투자증권 리테일본부 지역 사업부장와 지점장 등 50여명은 주 대표 집무실에 항의 방문하고, 5일 시행 예정인 ‘서비스 선택제’ 유보를 요구했다.
이들은 서비스 선택제에 대해 “고객과 영업 사원의 연쇄이탈로 영업기반의 심각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고객보호를 위해 서비스 선택제에 대한 관련 업무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주 대표는 이틀 연속 리테일본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가졌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원인이 된 서비스 선택제는 주식위탁 계좌를 상담 계좌와 비상담 계좌로 나누고, 지점 직원은 상담 계좌를 선택한 고객에게만 개별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비상담 계좌의 수수료 체계는 기존 정률 방식에서 건당 정액 방식으로 바뀐다.
문제는 100만원을 주문한 고객과 1억원을 주문하는 고객 모두 같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면서, 소액 단기매매 위주의 고객에게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고객이탈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번 집단행동은 서비스 선택제로 인해 촉발됐지만, 그간 주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 대표는 2013년 9월 취임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35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후에도 연봉제 개편과 성과급 폐지로 추가 이탈이 있었고, 애널리스트 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또한 주 대표가 SNS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작성해 올리거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부정적인 리포트가 발간되는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한화그룹도 난감한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그룹측은 주 대표에 연임불가 통보를 했고,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사장을 사실상 차기 대표로 선임하면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주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 대표의 개혁방안을 보면 업계의 관행에서 탈피해 참신하고 독창적인 내용도 많아 재평가를 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다만, 논란으로 인해 좋은 내용과 취지가 묻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주 대표가 ‘소통’을 표방했지만 결국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의 사태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여기에 그룹 경영진에 반감을 산 것도 주 대표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