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 등 실물지표의 개선세 영향으로 정부의 향후 경기에 대한 시각이 밝다. 내수 회복에 힘입어 향후 경기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일부 지표의 청신호에 향후 경기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써는 여전히 수출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저물가 흐름으로 디플레이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미국 등 대외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밋빛 경기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산업활동은 청신호가 켜졌다.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하면서 지난 6월(0.6%)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제조업 경기의 바로미터인 광공업생산 역시 0.4% 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도 개선세다. 8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9% 상승하면서 2개월 연속 오름세다. 다만, 투자는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지난 6~7월 크게 증가한 데 따른 조정이 이뤄졌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코리아 그랜드세일, 임시 공휴일 등 정채 노력에 따라 소비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등 내수 회복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하면서 "9월에도 추석 특수, 정책 노력에 힘입어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경기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출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줄어들면서 9개월 연속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출이 부진하다보니 경상수지도 불황형 흑자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4억6000만달러로 4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흑자 흐름은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는 '불황형 흑자' 구조다. 실제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줄었고, 수입은 17.7% 감소해 감소폭이 더 컸다.
4분기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지난달 23~25일 사이 부분파업을 벌여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에 그 여파가 4분기 신차수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국외에서는 중국·미국 등 불안 요소가 상존해 있어 수출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플레이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상승하는데 그쳐 10개월 연속 0%대 흐름을 이어갔다. 저물가 현상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경기침체와 함께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아직은 청신호보다 적신호가 많기에 낙관적인 경기 전망은 이르다는 판단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8월 내수 지표는 조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안심하기는 이른 수준"이라며 "수출이 좋지 않아 제조업 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어 내수 한쪽만 가지고 성장세를 끌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올해 상반기를 강타했던 메르스란 돌발변수를 벗어나는 모습이 하반기 산업활동동향에 반영됐다"면서도 "저유가, 대외환경 불안정이란 요인이 수출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일부 지표만 보고 전체 경기의 회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꼬집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8월 산업활동지표가 개선세를 보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에 대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