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가을은 줄어든 일조량과 낮아진 기온으로 인해 평소보다 탈모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다. 평소 탈모증상이 없던 정상두피도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게 된다. 가을철 특히 심해지는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두피 건강관리법과 관련해 홍창권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모발은 활발히 자라는 생장기, 성장을 멈추고 빠지는 휴지기, 생장기에서 휴지기로 바뀌는 퇴행기 3단계의 사이클을 거친다. 봄철에는 상대적으로 생장기의 비율이 늘어나고, 여름에는 성장속도가 빠르며, 가을철에는 퇴행기로 바뀌는 모발이 많아진다. 퇴행기를 거쳐 휴지기에 접어들어 모발이 일시적으로 더 많아지므로 탈모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머리카락이 하루에 50~60개 정도까지 빠지면 정상으로 볼 수 있지만 80개 이상 빠지면 탈모가 의심된다. 머리를 감은 후 끊어지거나 빠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어봤을 때 한 움큼 정도가 잡혔다면 탈모가 우려된다. 유난히 머리카락이 가늘어 졌다고 생각되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배게에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으면 탈모가 시작되고 있는지 의심해야 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탈모증상은 안드로겐 탈모증(남성형·여성형 탈모증)이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정상 머리카락보다 약해서 쉽게 끊어진다.
남성 탈모는 이마의 양쪽 끝부분의 모발이 빠지면서 이마선이 올라가 M자 형태를 보이고, 정수리의 머리도 같이 빠진다. 여성형 탈모의 경우 이마 선은 유지된 채 정수리의 머리숱이 전반적으로 적어지는 형태를 나타낸다.
원형탈모증은 자기 면역세포가 자신의 모낭을 공격해 발생한다. 두피에 원형 내지 타원형의 탈모반이 생긴다. 대개 직경이 3~4cm 이내인 1~2개의 탈모 반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두피 전체에 여러 개의 다양한 탈모반이 발생하고 심하면 전 두피의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한다.
휴지기 탈모증는 머리가 빠진 곳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머리를 빗거나 감을 때 전체적으로 많이 빠진다. 출산, 무리한 다이어트, 수술, 전신질환 등 다양한 물리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 생기는 탈모증이다.
탈모의 치료법은 탈모의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조기 치료다. 치료를 늦게 시작할 경우 질병이 진행돼 모낭이 이미 죽어 있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하더라도 효과가 떨어진다. 또 탈모는 단시간에 치료되지 않으므로 중간에 중단하지 않고 꾸준하고 끈기 있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성형 탈모증의 치료로는 탈모를 촉진시키는 남성호르몬의 대사산물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피나스테라이드'와 '듀타스테라이드'가 있다. '미녹시딜'은 혈류 공급을 원활하게 해 탈모치료에 효과를 보인다.
여성형 탈모증의 치료에는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이나 여성호르몬 유도체인 '알파트라디올'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피로노락톤'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작용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사용되기도 한다.
모발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적게 받는 후두부의 모발을 탈모부위에 옮겨 심는 치료다. 이식된 모발은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고 많은 수가 남아 있게 된다. 그러나 모발이식은 금전적인 부담과 수술후유증 등을 잘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
원형탈모증의 치료로는 국소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병변내 주사요법이 가장 널리 쓰인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인이 확실하기 때문에 유발 인자를 교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소인은 타고나는 것이므로 조절할 수 없다. 다만 탈모에 이차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악화 요인들은 차단할 수 있다.
음식은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균형 있게 섭취하고, 동물성 기름과 당분이 들어 있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않아야 한다.
머리 감는 횟수는 하루나 이틀에 한번 감는 것이 좋다. 새벽 한 두시에 피지분비가 가장 왕성하므로 되도록 머리는 아침에 감는 것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젖은 머리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말고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하며 드라이어는 머리카락으로부터 5~10cm 정도 거리를 두고 너무 뜨겁지 않은 바람을 이용해야 한다.
머리는 비누보다는 샴푸로 감는 것이 좋다. 최근 탈모에 좋다는 고가의 기능성 샴푸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샴푸는 탈모예방이나 치료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적당한 가격의 샴푸를 사용해도 좋다. 과음은 삼가고, 금연은 필수다.
홍창권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을은 줄어든 일조량과 쌀쌀한 기온 때문에 계절적으로 평소보다 탈모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라며 "계절적인 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관리와 예방에 신경을 써주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