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제가 죽였습니다." 시체가 유기된 여대생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김정환(최재웅 분)은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변호를 맡은 변호성(이선균 분) 변호사에게는 분명 여대생을 죽이지 않았다고 했다. 승률 100%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에 승소를 눈앞에 둔 시점에 용의자가 사람을 죽였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는 왜 자신이 여대생을 죽였다고 자백했을까.
용의자의 돌발 행동 때문에 에이스 변호사의 자존심에는 금이 갔다. 변호사는 시체가 유기되고 미심쩍은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이 살인사건 진실에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 '성난 변호사'는 용의자만 있고 시체도 증거도 없는 살인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승소를 확신하는 순간 모든 것이 뒤집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성난 변호사'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변호성이 미심쩍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역주행하는 구성을 갖는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변호사의 시선으로 뒤쫓는 형식이다. 변호성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사건은 더욱 꼬여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이 발생하고, 숨어있던 배후의 인물이 등장한다. 진실에 다가간 변호성은 오히려 심각한 위기를 맞는다.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
사건 위주의 작품의 덕목인 속도감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장면은 다 걷어낸 느낌이다. 시체가 유기된 사건과 함께 빠른 속도감이 긴장감을 꾸준히 유지한다. 관객들은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시원한 느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성남 변호사'에 출연한 이선균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변호성은 스타일리쉬하다. 기존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변호사와 달리 패션 감각도 뛰어나며, 가볍고 경쾌하다. '변호인'의 송강호를 비롯해 각종 작품에서 나타난 변호사와는 확실히 다르다. 이선균과 허종호 감독의 고민이 변호성 캐릭터에서 묻어난다.
영화를 보고나면 이선균은 원톱 영화에 더 적합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 작품에서 대부분 현실감 있는 인물로 작품의 중심을 잡아왔던 것과 달리 색이 분명하고 개성 강한 인물로 시종일과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끝까지 간다' 이후 한층 더 성장한 이선균이 보인다.
이선균과 대척점에선 악역을 맡은 장현성의 섬뜩함은 놀랍다. 예능에서 보여준 아버지의 느낌과 다르다. 장현성의 훌륭한 악인 연기 덕에 주인공인 이선균이 빛난다. 장현성 선택은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이외에도 진선미 검사 역의 김고은과 박 사무장 역의 임원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정환 역의 최재웅 등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 덕에 영화는 숨 쉴 틈이 없다. 큰 표정 변화 없이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임원희의 재능은 놀랍다.
영화 '성난 변호사'에 출연한 이선균-김고은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변호성과 진선미(김고은 분)의 러브라인이다. 다소 애매한 면이 있다. 차라리 파트너의 느낌으로 더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이나 구성, 속도감, 배우들의 열연 등 영화의 장점이 많다. 피가 낭자하지만 잔인한 장면이 없어 잔혹한 영화를 보기 힘들었던 관객들도 무난히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흐름이 어렵지 않아, 사건을 파고 들어가는 영화를 해석하는데 힘겨웠던 관객들에게도 부담이 없을 듯하다. 추적극 입문용으로 꽤 준수하다.
'끝까지 간다'와는 다른 내용의 영화지만, 분명 유사한 맛이 있다. 2시간 동안 집중하고 보기에 이만한 영화도 없어 보인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