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대 1 '미친청약률'…정부가 만든 허수

지방 청약통장 가입 6개월이면 1순위…'묻지마식 청약'

입력 : 2015-10-15 오후 3:15:53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무의미해진 청약통장 1순위 자격이 청약 허수를 만들어내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미친듯 치솟아 오르며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식 청약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통장 가입 6개월 밖에 되지 않는 청약 1순위 자격이 청약 허수를 대량 양상하고 있다.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부산에서는 해운대 센텀경동라인, 해운대더샵 엘시티, 협성휴포레 부산진역이 1순위 청약접수를 받았다. 3단지가 총 1634가구에 대한 청약을 받은 결과, 단 하루동안 접수된 당해지역 1순위 통장은 8만9578건에 달한다. 9월 한달동안 수도권에서 접수된 1·2순위(기타지역 포함) 총 접수량인 3만4155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해운대 센텀 경동리인은 175가구 모집에 4만6623가구가 몰리며 평균경쟁률 266.4대 1을 기록했다. 15가구를 모집한 84A타입에는 1만2796명이 몰리며 최고경쟁률 914대 1을 찍었다.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해운대 엘시티 더샵은 839가구에 대한 신청을 받은 결과, 1만4450명이 1순위 접수해 평균 17.2대 1로 마감했다. 68억원 펜트하우스는 2가구 모집에 137명이 몰리며 최고경쟁률 68.5대 1을 보였다.
 
지난 7월 29일 같은 날 부산에서 청약을 받은 대연 SK뷰 힐스와 연제 롯데캐슬&데시앙 2개 단지에는 무려 28만명의 청약 통장이 몰렸다. 청약 1순위 통장이 마르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장전 래미안에도 14만건이 일시에 집중됐다.
 
최근 3년간 아파트 매매가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인 대구도 청약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대구에서는 5개 단지에서 1062단지에 청약 접수를 받았고, 당해지역 1순위 통장만 14만7472건이 집중됐다. 기타지역 4989건을 포함, 월 평균 청약경쟁률은 143.5대1에 달한다. 5개 분양사 중 유일한 빅브랜드인 현대건설(000720) 황금동 힐스테이트는 197가구 모집에 당해지역 1순위 통장 11만8236건이 접수됐다.
 
통장 가입 6개월에 불과한 청약 자격기준이 1순위 통장을 남발, 시장을 과열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지방 청약 1순위 자격을 통장 보유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당시 지방 미분양 아파트 적체로 청약통장과 순위가 의미가 없어졌다는 점이 고려됐다. 통장 가입 후 6개월만 지나면 누구나 1순위가 될 수 있다. 1순위 당첨 후 계약 포기를 해도 통장 개설 6개월이 지나면 다시 1순위 청약이 가능한 것이다.
 
개정이 검토됐던 2009년은 전국 미분양이 16만가구에 달할 정도로 주인없는 주택이 넘쳐나던 시기다. 올 8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은 3만1698가구에 불과, 시장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이원용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지방은 청약 1순위 기간이 6개월 밖에 되지 않고 DTI 등 어떤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 수도권 부동산 부양책의 효과도 받고 있다"면서 "가족들의 통장을 돌리면 1년에 몇 번씩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률이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은 지난 2월 통장 가입 후 2년이었던 청약 1순위 자격기준이 1년으로 단축됐다. 1분기 말 81.1%였던 서울 초기분양률은 100%로 올랐으며, 94.2%였던 인천 역시 100%로 초기분양률을 끌어올렸다. 경기는 85.4%에서 89.2%로 상승했다.
 
◇14일 부산 더샵 엘시티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최고경쟁률 68대1로 1순위 마감했다. 이 날 하루 부산 3개 신규 분양단지에는 9월 수도권 전체 청약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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