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류석·서영준기자] 넥슨과 엔씨소프트(엔씨)가 드디어 헤어졌다. 글로벌 게임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3년 전 손을 잡았지만,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했다.
지난 2012년 6월 넥슨이 전략적 투자를 전제로 엔씨 지분 14.7%를 8045억원에 인수하면서, 두 회사는 협력을 약속했다. 넥슨의 엔씨 지분 인수 이유는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글로벌 게임사 EA의 인수를 함께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후 두 회사는 EA 인수를 실패하게 되면서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김정주 NXC 대표(왼쪽)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뉴시스
엔씨와 넥슨의 본격적인 다툼이 벌어진 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당시 엔씨소프트 지분 14.68% 갖고 있던 넥슨이 0.38%를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15.08%로 늘리면서 촉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이 바뀌는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엔씨는 넥슨의 지분이 15%를 넘어서자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게 됐다. 당시 김택진 대표가 9.9%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지분이 8.9%, 국민연금 지분이 6.8%여서, 15.08%를 보유한 넥슨과의 경영권 경쟁이 충분히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넥슨이 지분 추가 매입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해명하면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엔씨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월22일 넥슨은 일본 법인인 넥슨재팬과 넥슨코리아가 보유한 엔씨소프트 주식 15.08%의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가'로 변경한다고 엔씨측에 알리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시장에서의 공시는 1월27일 이루어졌다. 이에 엔씨는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공시를 불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라며 "현재의 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다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이후 넥슨은 엔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김택진 대표의 '가족경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택진 대표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을 겨냥했다. 당시 엔씨는 1월22일 넥슨으로부터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인 1월23일에 윤송이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북미·유럽 법인 대표를 엔씨 사장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엔씨측은 글로벌 비즈니스와 혁신 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지만, 넥슨은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2월이 되자 넥슨은 엔씨에게 오웬 마호니 넥슨재팬 대표 명의의 주주제안서를 보내 자사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하라고 요구하는 등 경영 참여 계획을 엔씨측에 통보했다. 주주제안서에는 ▲넥슨 측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 열람권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답변하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또 넥슨은 제안서를 통해 엔씨가 온라인 게임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글로벌 시장, 특히 중국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해 주가도 약세를 기록해왔다며 경영권 참여 이유를 명확히 했다.
이에 엔씨는 같은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섰다.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지적재산권(IP)에 기반한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 하에 넷마블게임즈가 3900억원을 투자해 엔씨의 자사주 8.9%를 인수했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의 백기사(우호적인 주주)로 나선 것이다. 이로써 엔씨는 김택진 대표의 지분 9.9%와 넷마블 보유 지분 8.9%를 합해 넥슨의 15.08% 보다 많은 18.8%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게 됐고,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넥슨의 요구를 좌절시킬 수 있었다.
2월 주주총회 이후 7개월이 흐른 현재 넥슨은 엔씨와의 결별을 선택했다. 엔씨소프트 주식 15.08%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전량 매각한 것이다. 주당 매각 가격은 18만3000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6051억6200만원이었다. 약 8000억원을 들여 매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손실을 가져온 셈이다. 이에 넥슨 측은 "지분을 엔화로 구입했기 때문에 당시 엔화 대비 원화가격에서 차이가 있고, 62억엔(약 588억원)의 환차익을 봤기 때문에 손실이 났다고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번 넥슨의 지분 매각을 통해 회사 간 분쟁이 깔끔하게 정리됐다는 입장이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사들인 만큼 향후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측은 "넥슨의 입장을 존중하고, 향후 두 기업 간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류석·서영준 기자 seokit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