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16년간 함께했던 테스코를 떠나보내고 새 주인을 맞는다.
22일 테스코와 한국계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그룹 주식양수도 절차를 완료했다. MBK는 인수대금으로 5조8000억원을 지불하고 1조4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은 떠안기로 했다.
이로써 1999년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는 16년만에 한국시장을 떠나게 됐다. 테스코는 인수 당시 점포 2개로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3년 반 만에 2위로 성장시켰고 현재 141개 대형마트,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 홈플러스 베이커리, 9개 물류센터 등을 갖춘 대형 유통그룹으로 키워냈다.
1999년 800명이던 홈플러스 직원은 현재 2만6000명으로 33배, 2000억원이던 매출은 11조원으로 55배 커졌다. 그러나 테스코는 최근 과다한 부채 상환을 위해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결단을 내렸다.
새로운 대주주인 MBK는 현 경영진을 비롯한 홈플러스 전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약속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신규 출점, 기존 점포 리모델링, 소규모 점포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등 핵심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하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23일 특별 격려금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MBK 체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홈플러스는 기존 홈플러스와 2008년 홈에버를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 등 2개 법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노동조합 역시 2개가 존재한다. 사측은 홈플러스테스코 노조와는 임금계약을 체결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홈플러스 노조와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노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은 고용안정이다. 이미 MBK가 사측에 고용승계 원칙을 전달했지만 노조는 MBK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MBK의 그간 행태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조건을 보면서 이후 고용안정과 정상적인 경영의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지나치게 높은 인수대금에 더해 금융권과 투자자들에게 비상식적인 수준의 이자와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MBK의 약속은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MBK에 고용안정과 재매각을 포함한 이후 경영원칙에 대해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수차례 대화제의를 했지만 인수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해왔다"며 "홈플러스 경영 정상화와 함께 노사관계의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뤄지기 위해 MBK와 노조의 직접대화가 그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고용안정 여부 또한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사모펀드의 존립 근거는 기업을 구조조정해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것"이라며 "급진적 변화는 아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16년간 함께했던 테스코를 떠나보내고 사모펀드인 MPK파트너스를 대주주로 맞는다. 사진은 홈플러스 영등포점. (사진제공=홈플러스)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