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횡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조현준 효성 사장이 법정에서 횡령 혐의를 인정했다.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조석래 회장 등 효성 고위 관계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조 사장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6억 상당(의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썼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 모두 변제했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상운 부회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사실대로 말한 부분도 있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을 말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우선 2006년 효성 싱가포르 법인의 분식회계를 정리하면서 효성 본사가 현지법인에 선 지급보증을 싱가포르 법인의 부실 자산 내역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이다.
검찰은 "효성그룹 싱가포르 법인의 부실 자산을 정리할 때 (현지 담당직원에게) 대손처리를 지시했다가 '회계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자 대손처리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진술한 바 있죠"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사실과 달리 진술한 이유가 뭐냐"고 추궁했고, 이 부회장은 "2005년도에 정부에서 분식회계를 자진신고하면 면책해 주겠다고 해서 재무본부에서 많은 검토를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지시한 바는 없는데, '내가 수사를 조기에 종결시키겠다'는 책임을 지고 한 말이라는 취지냐"고 되묻자, 이 부회장은 "그렇다"며 "검찰에서 '(재무본부) 직원들 데리고 한번 찾아보세요'라고 해서 찾는데, 검찰에서 직접 직원들을 불렀고 (그 과정에서) 자료가 넘어가는 바람에 '항변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상운 부회장은 또 효성이 홍콩에 세운 페이퍼컴퍼니(PF, RI)를 통해 '기술료' 명목으로 자금을 조성, 조현준 사장의 개인 손실을 메우는 데 사용한 것과 관련해 "조현준 사장의 부탁을 받았다"는 진술도 번복했다.
이 부회장은 "옆방에서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렇게 됐나보다'하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며 "10~20년 전 일이라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이 "상식적으로 효성그룹 후계자인 장남(조현준)이 부탁을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도 없는데 그분의 부탁을 받고 (손실을) 메웠다는 진술을 한다는 게 이해가 되느냐"고 묻자 부회장은 "진술 자체는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서 과거 검찰 진술 내용을 수 차례 뒤엎자, 검찰은 "(진술조서 모두) 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이 있을 때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9일 결심공판을 거쳐 내년 1월 중 형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