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기업 수장들의 자사주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이유를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 분석은 경영권 강화부터 시장 신뢰 확대, 주가 부양 등 다양하다.
황창규
(사진) KT 회장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5000주를 매입했다. 주당 취득단가는 평균 2만9771원으로 총 1억4885만원 규모다. 황 회장이 자사주를 산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KT는 황 회장의 주식 매입에 대해 "올 하반기까지 실적 개선과 수익성 향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황 회장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주가부양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KT 주가는 황 대표가 선임된 지난해 1월27일 2만9850원에서 보합세를 그리며 3만5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H&A(가전·에어컨) 사업본부장(사장)도 지난 2011년 11월 유상증자 당시 495주를 사들인 이후 4년여 만에 주식을 샀다.
조 사장은 지난 8월26일 자사주 2500주를 주당 4만150원에 매입했다. 매입 총액은 1억37만5000원이다. LG전자 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내림세 속에 3만9300원까지 꼬꾸라졌다가 최근에는 4만5000원대를 회복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도 지난 8월 27~28일 이틀에 걸쳐 각각 1000주씩 자사주 2000주를 장내 취득했다. 취득금액은 주당 평균 48만9496원으로, 총 9억8000만원이다. 이로써 보유주식은 1369주에서 3369주(지분율 0.01%)로 늘었다.
김 대표가 장내에서 자사주를 취득한 것은 지난 2010년 이후 약 5년만이다. 김 대표의 자사주 매입 또한 네이버의 부진한 주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말 60만원대를 웃돌던 네이버 주가는 이후 약세 흐름이 지속되며 45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현재의 주식시세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했을 때 경영진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피력하고, 향후 기업가치 신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도 활발하다. 효성그룹의 조현준 사장(장남)과 조현상 부사장(삼남)이 대표적이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가족과의 갈등 속에 효성 지분 7.18% 전량을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33.24%에서 26.40%로 줄었다. 이후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왔다.
두 형제의 지분매수로 조석래 회장(10.15%) 지분까지 합친 오너가의 지분율은 지난달 33.35%로 늘면서 종전의 지분을 회복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장 마감 후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316만4550주를 약 5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현대차 주식 총 317만955주를 보유, 1.44%로 지분율이 늘었다.
이번 주식 매입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안정적 경영과 주주가치 훼손 방지에 목적이 있다며 경영권 승계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와 시장에서는 향후 승계작업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