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A씨는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P아파트 전용 59㎡ 분양권을 1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했다. 오는 12월 입주를 앞두고 A씨는 현재 매각 타이밍을 재고 있다. 잔금을 치르기 전 분양권을 팔기 위해서다. A씨는 애초부터 입주할 계획없었다. 아파트 가격이 뛰는 입주 시점에 매도할 생각이었다. 이 아파트는 현재 5000만원 수준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부산에 사는 B씨는 4개의 1순위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다. 배우자와 두 자녀의 통장은 모두 분양이 있을 때마다 쓰이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는 딸의 주소등록을 올 초 부산으로 옮겼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해 아직까지 당첨되지 못했다. B씨는 당첨된다 해도 입주할 생각이 없다. 분양권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다.
청약자의 상당수가 입주 의사가 없이 투기성 묻지마 청약에 나서고 있다. 당첨 후 일정 시점에서 매각, 프리미엄을 챙기려는 속셈이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는 7월 당첨자를 발표한 이후 모두 357건의 분양권 거래가 체결됐다. 일반공급이 340가구였음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3개월 만에 분양권 주인이 최소 한번은 바뀐 셈이다. 해운대자이2차는 분양 당시 1순위에만 12만3698명이 청약, 평균경쟁률 364대1로 마감된 인기단지다. 전용 84.99㎡ 분양권은 최근 4억4369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4억60만원 수준이었다.
서울 왕십리 센트라스는 1순위 청약을 받은 3월 이후 현재까지 모두 660건의 분양권 거래가 신고됐다. 일반분양분 1171가구(특별공급 포함)의 56.3%가 매매됐다. 청약 당시 1순위에 1만804명이 몰리며 평균경쟁률 10.5대1로 1순위 마감됐다.
짧은 전매기간과 낮은 청약 장벽이 청약 투기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수도권 전매제한기간은 민간택지 6개월, 공공택지 1년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단지는 전매제한이 없다. 지방은 공공만 1년 제한을 받으며, 민간은 전매제한 기간이 없다. 또한 수도권은 청약 1순위 자격이 청약통장 가입 2년에서 1년으로 완화되며 대기 수요가 늘었다. 지방은 6개월이면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당첨이 될 경우 계약금을 내면 상당수 단지들은 중도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잔금을 치를 때까지 더 투자해야 할 비용부담이 없는 것이다.
이원용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요즘은 청약통장만 있으면 대학생도 청약을 넣고 본다고 한다"면서 "분양시장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거의 사라지며 허수가 붙었고, 그 허수가 다시 청약심리를 자극하면서 비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입주 의사없이 ‘분양 광풍기’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한 투기성 청약자가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