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에게 열린 '모두의연구소', 자발적 연구통한 창업 메카 기대

연구부터 취미까지 폭넓은 영역…제도적 한계 극복하는 실험의 장

입력 : 2015-10-29 오후 12:00:04
지난 27일 서울 역삼동의 복합교육공간 쎄임페이지에 10여명의 자율주행 드론 연구자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벽면에 회로도를 띄워놓고 오늘 진행해야 할 사안을 의논하고는 회로조립과 납땜 등을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초보 연구자들에 대한 소규모 교육도 이뤄졌다.
 
지난 8월 개소한 모두의연구소는 누구나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 연구실을 개설하고,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을 표방한다. 직업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월 4만원의 입장료만 내면 누구든지 주 1회 연구실에 모여 궁금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할 수 있다. 각 연구실에는 대학원의 지도교수 역할을 하는 랩마스터가 있어 연구원들의 교육과 연구지도, 멘토링 등을 담당한다.
 
모두의연구소 내 자율주행 드론연구실 '나혼자난다' 소속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최한영 기자
 
LG전자 연구원 출신인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소장은 "기존 대학원이나 연구소 중 일부에서는 국가과제나 펀드에 얽매여 하고싶은 연구가 아닌 돈이 되는 연구에 집중하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연구원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구주제가 결정되고, 이를 바꾸고 싶어도 여러 제약으로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 개소 2개월여 만에 자율주행 드론 연구 '나혼자난다', 가상현실 연구 'VRtooN' 등 4개의 연구실이 개설되고 3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소 측에서는 좋은 연구결과를 보이는 연구실은 스타트업 형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보고 있다.
 
모두의연구소 내 자율주행 드론연구실 '나혼자난다' 소속 연구원들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최한영 기자
 
김 소장은 "큰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참여 연구원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재방문율도 80%를 넘는 것을 보며 새로운 연구시스템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며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연구실간 교류와 같은 부가적인 움직임도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취미활동 등을 공유하는 곳도 있다. 오픈코스 기반 사회혁신 교육기관을 표방하는 오픈컬리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강좌를 만들고 프로그래밍·디자인 등의 교육을 하거나 취미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오픈컬리지 측은 "배우고 싶거나 경험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하고 있다"며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모임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벤처창업 활성화 움직임과 결부되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개인적 관심사가 있더라도 제도적인 한계로 체념하고 말았던 개인들이 이제는 SNS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며 "이같은 움직임을 아이템으로 사업화하는 경우도 속속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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