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입력 : 2015-10-28 오후 6:41:42
게이를 인터뷰했습니다. 로키는 이 문장을 싫어할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쳐보지요. “한 사람을 인터뷰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로키의 말마따나 저와 로키가 나눈 대화의 주제는 결국‘사람’이었습니다. 게이에 관한 여러 담론은 따지고 보면 사람에 관한 것일지 모릅니다. 인터뷰를 마친 후에 게이를 차별하는 건 모든 사람을 차별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조금 쌀쌀한 밤, 우리는 카페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두 시간 넘게. 
 
인터뷰 전에 몇 가지 용어를 알아봅시다. 퀴어(queer)는 현재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포괄합니다. 동성애자에는 레즈비언과 게이가 있는데, 각각 여-여, 남-남간의 사랑을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다음으로 양성애자는 한 성이 다른 두 성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끝으로 트랜스젠더는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트랜스젠더 중 자신의 생물학적 성과 반대 성별을 갖길 원하는 사람을 성전환자라고 합니다.
 
이상의 모든 용어는 남성과 여성의 엄격한 구분을 전제합니다. 이를 거부하는 것을 범성애(凡性愛)라고 합니다. 성을 구분치 않는(gender blind)다는 점에서 양성애와 구분됩니다. 비슷한 용어로 다성애가 있는데, 이는 남성, 여성을 제외한 제3의 성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성정체성(젠더)’과 ‘성적지향(애)’은 다른 차원입니다. 다음의 두 인물을 상상해 보세요. 남성과 여성의 엄격한 구분이 있다는 전제에서요.
 
A:“남자의 성기를 갖고 태어났지만 여성이란 사회적 성을 원하며 남녀모두를 사랑하는 사람”
= 성정체성 - 트랜스 젠더(성전환자X) / 성적취향 - 양성애
 
B:“여자의 성기를 갖고 태어난 데 불만이 없지만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
= 성정체성 - 여성 / 성적취향 - 동성애(레즈비언)
 
 
제가 대화를 나눈 로키는 성정체성은 남성이고 성적취향은 동성애인 게이입니다.
 
 
 
Intro “아, 내가 게이라니!?”
 
-존댓말 쓸까?
:반말해
 
-실명은 좀 그렇고, 애칭은 무엇으로 할래?
:알바 닉네임인데, 로키
 
-예전에 봤을 때는 고민 중이었던 것 같았는데, 이젠 굳힌 거야?
:응
 
-어디로?
:스물한 살까지는 바이, 그 이후부터는 게이
 
-계기가 궁금해
:특별한 계기는 없고 여자도 만나보고 남자도 만나봤는데, 여자는 의무적으로 만나는 느낌이 들더라. 사귄다는 느낌보다는 ‘여자사람 친구’에 머무는 거지. 그런데 남자를 만날 때는 설레기도 하니까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고.
 
- “나 오늘부터 게이!” 이렇게 결정하는 거야?
:응?(당황)
 
-고민을 통해 결정되는 거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특별한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된 것 같아. 게이가 된다는 표현이 이상하네. 사실 게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 나는 그냥 내가 끌리는 사람 만났던 건데, 때마침 남자였던 거지.
 
-처음‘게이구나’알게 된 건 언제야?
:이렇다 할 경계는 없었던 것 같아. 처음 남자를 만나게 된 건 중학교 때.
 
-특별한 사건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는 식의 이야기는 꾸며낸 건가?
: 그런 건 일종의 판타지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자기가 잘 모르는 희귀한 것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길 바라는 것 같아.
 
-좋아하는 사람이 게이 성향이 아니어서 어려웠던 경험은?
: 글쎄. 없었던 것 같다. 게이에 대한 여러 소설, 영화는 실제 게이와 모습을 담고 있지 않아. 게이라서 특별한 연애 경험이 있는 건 아닐 거야. 사람의 연애란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똑같지. 반하고,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고 아파하고.
 
-게이란 걸 알았을 때 내적 갈등은 없었어?
:나는 별로 없었어.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 성격이 원래 개방적이어서 큰 고민 없이 마음이 이끄는 데로 향하는 분들도 계시고, 내적 갈등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 특히 가정이 기독교인 경우는 힘든 것 같아.
 
-이상하다거나 두렵진 않았어?
:색다른 경험을 하니까 재미있었어. 못 먹어 봤던 음식을 먹는 느낌이랄까.
 
-소위‘교육’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거야?
:글쎄,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 미국에 가있는 친구 말로는 미국 가정에서는 자식이 게이든 레즈든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런 점에서 나는 한국적인(?) 기준이나 편견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
 
-네가 다른 분위기의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달랐을 수도 있겠네?
:생각 안 해봤어. 가정적인 영향이 없진 않겠지. 나는 편모 가정에서 자랐거든.
 
-미안.
:뭐가?
 
 
 
로키. 사진/바람아시아
 
 
 
 
Section ⅰ “자, 들어간다!!”
 
-남자와의 관계가 궁금해
:섹스?
 
-웅(소심)
:좀 더 본능적인 거 같아. 보통 남자가 성욕이 더 강하다고 하잖아. 정욕이랄까. 남자끼리는 서로 거리낄 게 없으니까 더 편하고 직설적이지. 또 남자가 남자를 더 잘 아니까 잘해줄 수 있고.
 
-소위 ‘탑’/‘바탐’은 정해져 있는 거야?
:그렇게 둘로 나누긴 어려울 것 같고, 탑만 하는 사람, 둘 다 하는 데 탑을 좋아하는 사람, 둘 다 하는 데 바탐을 좋아하는 사람, 바탐만 하는 사람.
 
-넌 뭐야?
:난 바탐만 해
 
-바탐 좋아?
:응. 나는 격하게 당하는 걸 좋아해서.(목소리 작아짐)
 
-할 때 어떻게 해?(덩달아 작아짐)
:나는 넣지만, 다들 애널섹스를 하는 건 아니야. 애무만 하는 경우도 있고, 입이나 손으로 해주는 경우도 있고, 도구를 쓰기도 하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은 다양해.
 
-그 부분은 어떻게 씻어?
:바탐들은 관장을 하지. 관장약을 먹은 후에 샤워기 호수를 (모가지를 뺀 다음에) 집어넣어서 깨끗이 씻어내지.
 
-냄새는 안 나? 위생이 걱정된다.
:그래서 여러 번에 걸친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지. 콘돔도 사용해.
 
-처음엔 안 아팠어?
:처음엔 조금 아픈데, 엄청 아프진 않아. 젤도 바르고 서서히 적응하는 거라.
 
-거기에 성감대가 있는 거야?
:거기가 전립선을 지나가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양한 것 같아. 진짜 잘 느끼시는 분들은 손 안 쓰고 배출을 하기도 해. 기술이 좋으신 분들은 이걸 잘하기도 하는데, 여자와의 섹스와 마찬가지야.
 
-걸로 들어가는 데 글로 나오네. 신기하다.
:그치. 전립선 마사지도 하잖아. 여자들도 애널섹스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 외국의 경우는 30%가 애널섹스를 즐긴다고 하는데, 남자라고 못 느낄 것 없지.
 
-애널섹스를 즐기다 보면 입구가 넓어져서 정상적인 배설작용이 어려워질 것 같아.
:딱히 그런 건 모르겠다. 엄청 거대한 걸로 강하게 하는 사람들은 그러려나.(농담)
 
-에이즈 걱정은 없어?
:나는 주기적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으니까 걱정되진 않아. 웬만하면 콘돔을 끼고 하니까 예방될 것이라 봐. 보통 애인이 생기면 같이 검사를 받는 편이야.
 
-자위도 해?
:하는 사람은 하겠지.
 
-어디로?
:둘 다.
 
-헐(놀람)
:(웃음)
 
 
 
 
Section ⅱ “게이야 알려줘!”
 
-나는 너를 오래 봤으니까 솔직히 별로 궁금한 게 없어. 그래서 몇몇 사람에게 게이에게 궁금한 게 무엇인지 질문을 좀 받아봤거든, 차례대로 물어볼게.
:그래
 
 
(아래의 질문은 게이전반을 겨냥한 것이지만, 대답은 로키 개인의 사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로키의 개인적인 답변이 게이의 중론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커밍 아웃>
 
-지인들한테 커밍아웃했어?
:어머니는 어렴풋이 알아. 아마 남자 여자 둘 다 만나는 걸로 아시는 것 같아. 있었던 직장마다 아는 사람이 한두 명 정도 있어 온 것 같아. 편견이 없는 여자분 들에게는 말하기 더 쉬운 것 같아.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던?
:우리 어머니는 진취적이신 분이야. 나에게 “그냥 이것저것 상관 안 하니 다만 행복해라”라고 말씀하셔. 학창시절에도 그러셨고, 지금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셔. 가끔 “내가 며느리를 못 볼 수도 있지만”이라는 표현을 하시긴 하지만.
 
-멋진 분이네. 여자가 오픈하기 더 편해?
:그치. 아무래도 남자에게 오픈하기는 좀 불편해. 정확히는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을까? 남자에게 오픈하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잖아.
 
 
<선천이냐 후천이냐>
 
-네 생각에 게이는 선천적이야 후천적이야?
:나 같은 경우는 후천적인 것 같아. 둘 다 만나봤는데 남자 쪽이 더 좋은 거 같았으니까.
 
-방금 질문은 함의가 커, 잘 생각해서 대답해줘
:그래도 후천적인 거 같아. 그렇다고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야.(이 맥락에서는 선천적이지) 개인의 성격이랑 비슷한 거 같아. 특정한 성격으로 오래 살다 보면 그게 자기 성격이 되는 거잖아. 설령‘태초의 성격’이 아니었을지라도
 
-선천/후천의 구분이 부당하다는 뜻이야?
:그렇지. 지금이 중요해.
 
-내가 선천적이냐고 물은 이유는 동성애가 유전이라면 옹호하기 쉬울 것 같아서.
:사람이 유전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침묵)
 
 
<소수자>
 
-너는 게이로서 ‘소수자’라는 의식이 있어?
:딱히 없어. 그냥 사람이지. 비율이 낮을 뿐이지 소수자라는 의미가 갖는 ‘보호를 필요로 한다.’등의 생각은 안 해 봤어. 음식 취향이 다양하듯이 좋아 하는 사람의 취향이 다른 거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사람은 게이가 아니라 노약자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 나는 내가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 본적 없어. 그냥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지.
 
-소수자라는 단어가 어쩌면 틀에 가두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소수자라는 단어의 느낌과 뉘앙스가 별로야. 구별 짓는 거 같아.
 
 
(기우에서 사족을 붙이자면 로키는 노약자나 장애인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규정하려는 것은 아닐 겁니다. ‘소수자’라는 말이 도리어 차별을 유인하는 장치가 될까봐 경계하는 것이겠지요.)
 
 
<편견>
 
-질문 그대로 읽어줄게. “한국에서 성 소수자로 산다면 많은 편견에 직면할 것 같은데 가장 깨주고 싶은 편견은 무엇입니까?”
:게이는 여성스러울 것이다. 나만 해도 여성스러운 부분이 있긴 한데, 다 그렇진 않거든. 근육질인‘상 남자’도 진짜 많아. 이성애자들의 성격이 다양하듯이 동성애자들의 성격도 다양해. 같은 사람이니까. 또 “동성애자들은 문란하다”라는 것도 편견이야. 남자끼리의 섹스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어. 남자끼리 하면 변태 같고 남녀가 하면 아름다우냐?
 
-응(진지)
:남녀끼리도 얼마나 문란하게 할 수 있는데!
 
-그래?
:사디즘, 마조히즘을 생각해봐. 코스튬플레이, 근친상간, 강간, 아동성애, 스와핑, 후장 섹스 등등 남녀가 나누는 사랑의 방식 중 ‘변태 같은’걸 말하자면 끝도 없어.
 
-강간은 빼자.
:동의
 
-‘진정한 사랑’,‘정상적인 섹스’ 같은 건 없다고 보는 거야?
:(정상이라는 범주가) 한 개인의 가치관에서는 있을 수 있지만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자신의‘정상’을 기준으로 타인의 취향을 교정할 시간에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길을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이 대목에서 언급된 모든 ‘행위’는 이성애자들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다만 게이는 문란하다는 편견을 불식하려는 거지요. 그 행위가 문란한가 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요.)
 
 
<만남>
 
-게이는 어디서 만나?
:‘어플’을 많이들 이용해. 인터넷 커뮤니티도 있고, 이태원에 게이가 많은 클럽에서 만나기도 하고 종로 구석에 게이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만나기도 해. 나 같은 경우는 이미 알고 있는 게이들을 계속 만나는 편이고, 사람에 따라 새로운 사람을 물색하기도 해.
 
-길거리에서 대시해보거나 받아본 적 있어?
:핼러윈 파티 때 외국인한테 대시 받은 적 있어. 사실 어느 정도 오래 보지 않는 한, 게이를 바로 알아보는 게 쉽지 않아. 그래서 어플을 통해 돌려보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려우니까 길거리에서 대시하는 게 흔하진 않아. 이태원이나 종로의 게이가 많이 몰리는 지역에서는 “이쪽이세요”라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만나는 거 겁나지 않아?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즐겨. 이태원은 외국이 많아서 재밌어. 외국인들은 테크닉이 확실히 섬세한 거 같아. 참고로 한국인 중에는 외국인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많아. 언어의 장벽도 있고 성병에 대한 위협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아.
 
-걔네 커?
:응, 커.
 
-크면 좋아?
:테크닉의 문제지.
 
-좋네(웃음)
:뭐가?(엄격)
 
 
<결혼>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때?
:결혼 욕심은 없는데, 애 욕심은 있어.
 
-입양하려는 거야?
:동성 결혼이 합법화가 안 되었기에, 가정으로 성립이 안 돼서 제도적으로 입양이 불가능해. 이럴 때 보면 가정의 개념이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돼.
 
-남녀로 구성되지 않은 가정에서 아이가 잘 자랄 수 있을까?
:그 논리라면, 편모/편부 가정의 경우는 아이의 친권을 박탈해야겠지. 나는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있어.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니까.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가정인가의 기준이 성적 구성에 국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 오히려 흡연, 음주, 폭력성 이런 게 더 중요한 기준 아닌가?
 
-일리 있다. 네가 편모 가정에서 자랐다고 부족한 건 없으니까.
 
 
<홍석천>
 
-최근 김조광수나 홍석천의 행보에 관해선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별생각이 없어. 그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자유가 있으니까. 나는 내 인생에 집중하는 거지.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그들의 행보가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있다고 들었어.
: 일부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그건 홍석천의 이미지지 동성애자의 이미지가 아니라고 생각해.
 
-과연 그럴까?
: 여성 혐오랑 비슷해. ‘김치녀’라는 단어가 유행이지만 우리가 모든 여자를 ‘김치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잖아. 나는 이 부분에선 개인주의자야. 각 개별 개인을 다르게 보고, 각자를 각자로서 존중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여성, 동성애자와 같은 범주) 틀에 가두고 일반화하면 안 되지.
 
 
<양성애자>
 
-동성애자들 중에는 양성애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사실이야?
: 양성애자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남자와 잠자리를 가지면서 결혼은 여자와 하는 걸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남녀를 모두 좋아하는 거에 불만을 갖기보다는 뒤통수 맞은 기억 때문일지도 몰라.
 
-질투심 같은 건가?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사람이랑 바람피우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하물며 그게 여자라면.
 
-남자와 연애 중인 남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거네. 이상해.
:나는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하더라.
 
-양성애자를 동성애자인 척하다가 결혼은 이성이랑 해서 재수 없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재수 없어. 욕심쟁이 같아. 바이는 경쟁자가 너무 많잖아. 세상의 모든 사람이 경쟁자인 셈이지(웃음)
 
-게이들 중에는 어떤 스타일이 인기가 많아?
:‘식 된다’라는 표현이 있어. 자기 스타일이 된다는 뜻인데, 모두의 스타일인 사람을 ‘올식’이라고도 해. 아이돌같이 마른 사람보다는 어깨가 넓고 목소리가 중후한 몸 좋은 남자가 인기 있어. 멋지잖아.
 
-의외다.
:개인 취향이지. 너도 좋아하는 여자 스타일이 있잖아. ‘베어’라고 하는 데 통통한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고.
 
-남자로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람으로서 사람을 좋아하는 거구나.
:그 말 좋다.
 
 
<한국>
 
-미국이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는 나라가 됐는데, 한국도 가능성이 있다고 봐?
:전혀. 한국을 뜨고 싶다.
 
-동성애자로서 살기 힘들어서?
:사람으로서 살기 힘들어서.
 
-동아시아권에서 성 소수자가 느끼는 사회 분위기는 어때?
:생각 안 해봤어. 아무래도 경직된 면이 있을 수 있겠지. 정해놓고 따라야 하는 것들이 많은 편이니까.
 
 
<매력>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어디야?
:얼굴, 몸을 주로 보는 것 같아.
 
-성격은?
:넌 여자 성격부터 보냐? 다 똑같지. 남자가 남자한테 반한다고 생각하니까 이상한 편견이 생기는 거지, 사람이 사람에게 반한다고 생각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같아. 외모가 우선 중요해. 스타일이랄까.
 
-게이들이 잘생겼다는 말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잘생긴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레즈비언 중 예쁜 여자는 드문데, 게이 중 잘 생긴 사람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 그냥 내 경험상.
 
-다행이네.
 
(로키의 사견일 뿐 사실과 무관합니다.)
 
 
<군대>
 
-군대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나는 학사장교로 갈 생각인데, 별로 걱정되는 부분은 없어. 다른 분들도 특별한 사건 없이 잘 다녀오는 것 같아. 남자라고 다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보통 남자들이 여자라고 다 이성으로 보이는 건 아니잖아.
 
-그래?
:아니야?
 
 
<찜질방>
 
-게이들 전용 찜질방이 있다고 들었어. 뭐 하는 곳이야?
:그냥 가서 하는 거야, 공개적으로.
 
-끝?
:응 따로 특별한 건 없는 거 같아. 번갈아 가면서 할 수도 있겠지?(목소리 작아짐)
 
-연장선에서 게이만의 문화를 소개하자면?
: 그런 거 딱히 없어. 그냥 사람이라니까. 사는 게 다 똑같지.
 
 
<퀴어 퍼레이드>
 
-퀴어 퍼레이드 보니까 보기 불편한 복장이 많던데 꼭 그렇게 입어야 돼?
:나도 마음에 들진 않아. 너무 외국을 따라 하다 보니까 오히려 반감을 사는 것 같긴 해. 그렇다고 자기들이 그렇게 하겠다는 데 말리고 싶은 생각도 없어.
 
-내가 보기 싫으면 말려도 되는 거 아니야?
:그 사람은 그렇게 입어도 되고, 너는 말려도 되지. 근데 보기 싫은 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분명히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잖아. 다수인 것 같고.
:어느 정도 자제할 필요는 있겠지. 사회적 합의점이 필요한 것 같다. 혐오를 느끼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데, 단순히 수적인 기준으로 무엇을 금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section ⅲ “게이가 선생이다.”
 
-이제 게이를 공격 해보려 해.
:공격?
 
-그거 말고. 사람들이 게이에 대해 비판하는 논점을 소개해 줄 테니 반박해줘.
:반박은 모르겠고, 내 생각은 말해 볼게
 
-게이 커플은 애를 못 낳잖아. 사회적 제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그건 게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지. 두 가지 맥락에서 생각해 보자. 우선 국가가 한 개인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 있는가, 다음으로 출산율 저하를 근거로 게이를 비판할 수 있는가.
첫 번째 맥락에서 나는 국가가 한 개인의 출산 문제에 개입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봐. 게이도 한 국민이자 그 이전에 인간으로서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받아선 안 되지. 두 번째 맥락에서 지금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건 여성들이 아이를 낳을 만한 환경이 형성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야.
 
-아니, 게이 커플은 번식에 있어 원시적 불능 상태에 놓이잖아.
:그럼 불임 커플은 가정을 이루어선 안 되는 건가. 또 결혼 안 하는 남자나 여자들은 소위‘번식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 게이를 비판하는 것 보다 복지를 확대에서 자연스레 결혼할 수 있는 사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이 지점에서 인간은 번식 기계 이상의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출산만을 근거로 인간을 평가하고 국가가 국민에게 제재를 가한다면 그 순간 인간은 그저 번식 기계에 불과한 게 되잖아. 게이가 이러나저러나 사람이라는 걸 인정한다면, 그리고 사람이 한낱 번식 기계가 아니라면 출산으로 꼬투리 잡는 건 부당해.
 
-생물학적으로 남녀가 나뉘고 만나는 건 자신의 유전정보를 보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그건 생물학적인 관점이고, 생물학적 관점 이전에 내 관점에서 나는 다만 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봐. 내가 도저히 여자랑 결혼해서 살 자신이 없는데 억지로 여자랑 살아야 하는가. 그게 인간적인 삶이고 이를 국가가 강요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다. 기독교 관련 질문은 넘어가는 게 낫겠지?
: 그치. 기독교가 옳다는 전제가 필요할 테니.
 
-게이를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게이 중 에이즈 비율이 높기 때문이야.
:이성애자들도 에이즈 환자가 많기 때문에 게이를 에이즈의 원천으로 볼 순 없지.
 
-비율이 월등히 높은 건 사실이잖아.
:에이즈라는 질병을 두려워해야지 왜 게이를 두려워하는 건지 모르겠다.
 
-에이즈와 게이를 구분해야 된다는 뜻이야?
:에이즈의 원인은 게이가 아니라 대개 피를 동반하는 문란한 성생활이지. 그러니까 에이즈가 정말 두려우면 애널섹스를 금지하는 것이 게이를 구분하는 것 보다 효과적이라고 봐. 또한 에이즈 외에도 수많은 성병이 있잖아.
 
-성병은 동성/이성의 문제가 아니라 위생의 문제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 사람 중 문란한 사람이 에이즈에 걸리는 거지, 게이라서 에이즈에 걸리는 게 아니라.
 
-계속 사람이란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동성끼리 사랑하는 사람들을 ‘게이’라는 틀로 묶을 수 없다고 보는 거야?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다. 이 정도.
 
-사람들이 게이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 거 같아?
: 다르니까. 흔하지 않으니까.
 
-다르다고 싫어하나?
:다르면 싫어하는 경우가 많지. 뚱뚱한 사람들 못생긴 사람들 싫어하고 놀리잖아. 장애인을 면전에서 쳐다보는 시선도 곱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냥 수적으로 다수가 아닌 것에 대해 비호감을 갖는 것 같아. 특히 우리 사회가.
 
-듣고 보니 그렇다. 게이라서 싫어하는 게 아니라 단지 다른 것을 싫어하는 거다?
:응. 다르다는 것 외에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 내가 커밍아웃만 안 하면 아무도 나와 지내는 데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거든. 정확히는 다르다고 여기기 때문인 거네.
 
-의미심장하다. 논점이 사회전반의 차별 문제로 확대되는 것 같아.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편 가르고 놀리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좀 유치해. 숨겨진‘차별 에너지’가 게이와 같이 자신과 다른 대상을 보면 분노로 표출되는 것 같아.
 
-차별받은 기억도 있어?
:커밍아웃을 안 했으니까 없어.
 
-소위 ‘소수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남다를 것 같아.
:글쎄. 우선 나는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거든. 하지만 장애인의 경우는 훨씬 더 큰 차별을 경험할 게 분명해. 외국인 노동자 문제나, 여성문제, 아동문제 등 사실 성 소수자보다 훨씬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많지. 성 소수자들은 대개 행복하게 사는 데 큰 지장이 없거든.
 
-마지막 질문이야. 게이는 비정상이다?
:게이를 치료하려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우울증 문제로 옮겨갔으면 좋겠네. 게이들은 사회적으로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는데, 우울증은 생각보다 굉장히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거든. 그런 정신질환이 비정상이라면 비정상이지. 참고로 미국에서는 60년대에 게이를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기로 했어.
 
-게이로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질병이라는 판단을 하려면 육체적, 정신적 불편이 있어야 할 텐데 난 전혀 없어. 비정상이라는 판단에 대해서는? 내 눈에는 이성애자들 중에 비정상이 훨씬 많은 것 같아. 내 경험상 게이들은 타인을 존중할 줄 알거든. 적어도 그들 삶에 개입하려 하거나 충고하지 않아. 타인을 존중한다는 게 무얼 뜻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야말로 비정상이고 사회적 제재가 필요한 거 아닐까?
 
-멋진 말이다.
:그래?(뿌듯함)
 
 
 
 
Outro “우리 엄만 내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해”
 
-오늘 인터뷰해줘서 고마워. 많이 배웠어.
:응
 
-이제 뭐 하러 가?
:집에 가서 어머니 설거지 도와드리려고
 
-어머니는 어떤 분이셔?
:내가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신 분
 
-너와의 대화가 기사로 올라갈 텐데, 독자에게 한 마디 해줘
: 여러분의 입술은 키스하는 상대방의 입술이 남자의 것인지 여자의 것인지 알지 못 합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것인지 여부이지요.
 
-게이 추천해?(진지)
:지금 행복해?
 
-그럭저럭
:그렇다면 추천 안 해. 행복해라.
 
 
 
 
인터뷰를 마치고 로키를 바라보니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사람으로 보인다는 표현이 이상합니다. 아마도 제가 게이를 다른 사람이 아니라 사람 아닌 무엇으로 여겨온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입니다.
 
생각해보니 여성이 이등 시민이던 시절이 아주 오래 전은 아닙니다. 후세 사람들이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던 지금을 미개한 시절로 기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까지 갈 것도 없네요. 많은 선진국에선 이미 동성애 차별이 불법이니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본 인터뷰 기사의 모든 내용은 로키 개인의 사견임을 미리 밝힙니다. 로키의 개인적인 답변이 게이의 중론과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
 
 
윤호연 기자 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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