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공부하고, 제일 똑똑하고, 외국어에도 능통하고, 첨단 전자제품도 레고 블록 다루듯이 만지고… 타이핑도 분당 삼백타는 우습고 평균신장도 크지.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고… 우리 부모 세대는 그 중에서 단 하나만 잘해도 아니 비슷하게 하기만 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었어.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다 놀고 있는 거야? 왜 모두 실업자인 거야?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한 거지?"(김영하 <퀴즈쇼>)
2007년 이 소설이 나올 때는 취업 준비에 한창 정신 없던 해였다. 줄줄이 떨어지는 서류·면접 결과로 '자신감 바닥'에서 헤매던 나날들, 소설책 읽는 시간도 사치라고 느껴질 만큼 자괴감에 숨죽여 살던 그 힘겹던 시절, 김영하의 소설 <퀴즈쇼>의 문장들은 우울한 청년백수의 자화상이었다.
8년이 지난 2015년 지금은 좀 더 나아졌을까.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이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대 남성의 취업자가 5만명 늘어나고, 20~24세 여성 취업자는 4만명대로 증가해 전체 청년층 취업 증가자 수가 9만100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속살을 뜯어보니 반갑기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청년 일자리가 숙박, 음식점, 여가 등에서 늘어났단다. 결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커피숍, 음식점 등의 일자리로 채웠다는 얘기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퀴즈쇼>의 주인공 민수와 지금 청년들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는 청년층의 숙박·음식업 내몰림 현상을 확인시켜준다. 이 발표에 따르면 숙박·음식업 종사자 10명중 8명이 한 달에 200만원을 벌지 못하는데 이들중 77.5%가 임시·일용직이었다. 문제는 청년층이 가장 많이 취업한 업종이 음식점 및 주점업으로 전체 15∼29세 취업자의 12.0%를 차지했다. 취업이 어려워진 구직자들이 음식이나 숙박업소 등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는 끊임없이 '청년 일자리 대책'을 발표한다. 청년인턴제도, 청년희망펀드,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청년 취업에 앞장선다고 하지만 나아지지가 않는다. 아니 9월 고용동향 결과처럼 질 낮은 일자리 중심의 청년층 '반짝 취업' 증가를 보이기도 한다. 정부는 간판만 바꿔가며 청년 일자리 독려책을 내놓는데 왜 청년들은 나아지지 않는가. 도대체 청년들이 뭘 잘못한 거지?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