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이병헌이 출연한 영화 '내부자들'이 2일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이병헌의 '50억 협박녀'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촬영이 진행됐다. '그 사건' 이후 이병헌의 세 번째 작품이다.
스캔들 이후 이병헌은 하락세를 걷고 있다. '터미네이터:제니시스'는 324만 관객을 동원했지만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협녀:칼의 기억'은 50만 관객도 모으지 못했다. 영화 흥행의 책임을 이병헌에게만 떠넘길 수 없겠지만, 그의 사생활이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내부자들'의 결과는 이병헌에게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그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와 관련된 댓글은 전반적으로 악평이다. 스캔들 때 불거진 '로맨틱', '성공적' 등의 단어는 개그 요소로도 희화화됐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병헌은 그간 진행된 공식석상에서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고 한다. 웃는 것 자체가 대중에 좋지 못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내부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내부자들'이 공개됐다.
영화 '내부자들' 이병헌 캐릭터 포스터. 사진/쇼박스
그런 중에도 '내부자들'의 내부 평가는 좋았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후반작업 때부터 만듦새가 굉장히 좋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병헌은 기존 작품보다도 더 훌륭한 연기를 펼쳤으며, 백윤식과 조승우, 이경영 등 주요배역의 배우들의 호흡이나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와 연출도 수준급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이날 베일을 벗은 '내부자들'은 소문 그대로였다. 130분의 러닝타임동안 다각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고 다소 복잡한 인물 간의 관계도 매끄럽게 풀어내며, 각 배우들의 열연도 훌륭하다. 시종일관 긴박하고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도 틈틈이 숨통이 되는 유머도 선사한다. '타짜', '신세계' 등의 복수극과 비견되는 영화가 탄생했다는 평가다.
영화에는 정치, 경제, 언론을 비롯해 검찰을 중심으로 한 권력자들을 통해 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이끼', '미생' 등을 집필한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재구성했다. 원작이 가진 통렬함이 전달되며, 웹툰에 없던 우장훈(조승우 분) 검사를 이용해 마무리한 결말도 후련하다.
그 중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유력 대통령 후보를 돕던 정치깡패 안상구를 연기한 이병헌은 카리스마 있고, 묵직한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다소 어수룩하고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인다. '광해:왕이 된 남자' 때보다도 더 망가진 이병헌을 볼 수 있다. 극중 머리스타일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인다. 사투리도 어색함이 없으며, 유머도 임팩트가 있다. 신선함과 안정감, 강려함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연기다.
이병헌 뿐 아니라 조승우와 백윤식의 연기도 훌륭하다. 조승우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출세를 강하게 원하는 우장훈 검사를 맡았다. 별 다른 액션 없이도 눈빛과 대사만으로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선사한다. 백윤식은 유력 언론사의 논설주간위원 이강희를 연기한다. 대통령 후보까지 좌지우지 할 정도로 숨은 권력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섬뜩함을 전달한다. 아울러 이경영, 배성우, 정만식 등 연기파 배우들도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다른 배우들의 열연까지 합해지면서 ‘내부자들’은 올해 초겨울을 장악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 어떤 부분에서도 딱히 비판할 부분이 없어 영화만 봤을 때는 충분히 이병헌의 재기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내부자들'이 안팎으로 고통 받는 이병헌에게 호의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부자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