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배우 이병헌이 '50억 협박 사건'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병헌은 24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협녀: 칼의 기억>은 고려 말을 배경으로 서로 뜻이 달랐던 세 검객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영화다. 배우 이병헌은 야심가 유백 역을 연기한다. 이병헌 외에 전도연, 김고은이 출연한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이병헌. (사진=뉴스1)
제작보고회가 시작되기 전 홀로 무대에 오른 이병헌은 "여러분들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할까 미국에서 촬영을 하는 도중 매일 매일 고민했다"며 "함께 작업을 했던 영화 관계자들에게 죄송함을 전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고, 그 어떤 비난도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배우 이병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관심 덕분이었다. 뉘우치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함의 가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3월 모든 촬영이 마무리됐던 <협녀: 칼의 기억>은 2014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병헌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개봉이 미뤄졌다.
이병헌은 지난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모델 이지연, 걸그룹 글램 출신 김다희와 관련된 협박 사건으로 인해 구설에 올랐다. 이지연과 김다희는 지난해 8월 "50억원을 주지 않으면 음담패설이 담긴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했고, 이병헌은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두 사람은 공갈미수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이지연과 이다희는 지난 3월 열린 공판에서 각각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병헌은 "여러분에게 드린 큰 실망감이 몇 번의 사과로 결코 채워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늘 죄송한 마음을 잊지 않고 많은 분들께 드린 상처와 실망감을 갚아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시 한번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인 뒤 퇴장했다.
잠시 뒤 동료 배우 전도연, 김고은과 함께 다시 등장한 이병헌은 제작보고회 도중 촬영 에피소드와 관련된 농담을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불미스러운 개인사로 인해 구설에 휘말렸지만, 함께 영화를 촬영한 동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굉장히 만족스럽게 봤기 때문에 출연을 선택하게 됐다"며 "사실 무협 장르를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무나 강한 드라마가 이 영화 속에 있었고, 그것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또 <협녀: 칼의 기억>이 <암살>,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국내외의 대작들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흥행 경쟁을 벌이게 된 것에 대해 "원래 좀 더 일찍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내 탓이 큰 것 같다. 여러가지 분위기와 상황 때문에 이제서야 영화를 선보이게 됐는데 그 부분에 대해 배우와, 감독, 관계자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양한 영화들을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은 영화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좋은 것 같다"며 "두 여배우의 노력으로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땀 흘려 만든 영화인 만큼 관심 있게 지켜봐달라"고 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