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아마존, IBM 등 IT 기업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혁신적 성과를 만들어 내면서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인지 비즈니스(Cognitive Business)가 미래 유망 비즈니스 카테고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인지 비즈니스가 떠오른다'란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이 창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 경쟁에 뛰어들면서 인지 비즈니스는 산업과 기업 간 경쟁 지형을 바꾸고 사회구성원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인지 비즈니스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감각, 이해, 분석, 예측 능력에 기초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빅 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자연스럽게 결합하면서 인지 비즈니스의 형성과 발전을 가능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지난 2013년 말 '예측배송 시스템'에 관한 특허를 취득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서적, 가전제품, 완구 등을 구매했거나 방문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의 과거 검색항목, 검색 빈도, 장바구니 아이템, 실제 구매 여부 등 구체적 행동패턴을 분석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예측하고, 소비자의 구매의사와는 상관없이 미리 지역 물류센터나 개별 소비자의 가정으로 배송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마존은 예측배송 시스템을 통해 재고관리와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자사의 유통 생태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아마존 물류창고내에서 컨베이너 벨트를 통해 물품이 옮겨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지 비즈니스는 기업에 최적의 비즈니스 식견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오비털 인사이트는 인공위성이 포착한 주요 산유국 원유저장탱크 주변 이미지 변화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해독해 국제원유가격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 이미지 해독 기법을 미국 중서부와 러시아의 밀, 동남아시아의 쌀과 같은 주요 곡물생산 지대나 호주의 철광석 광산,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의 밀림지대 등에 적용해 실시간으로 변화를 추적하고 과거 축적한 가격변화 패턴과 비교 분석하면, 주요 상품가격의 방향성과 진폭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겪는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킬 수도 있다. 가령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는 대표적 시장인 중고차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사전에 점찍어둔 자동차의 엔진 시동 소리를 측정 시 모델명, 연식, 최초가격, 현재상태, 최근 거래가격, 향후 가격 전망 등 중고차 구매에 필요한 일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다.
앱에 내장된 상태감시 센서로 차량 구동 시 해당 차량의 전반적인 상태에 대한 전문사 수준의 판단 정보를 제공받는 서비스의 출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인지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스마트 소비지원 기능은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법의 발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경쟁으로 빠른 시일 내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인지 비즈니스가 의료,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 혁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의료분야의 경우 IBM 왓슨의 활약을 기대했다. 컴퓨터 시스템 왓슨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이미지 포착, 텍스트 분석, 검색기능에 기반한 병명 진단, 최적의 치료법 제안 등 구체적 성과를 낼 것이란 설명이다. 법률분야는 개별 법률을 고객의 요구에 맞게 분석하고, 예측해 주는 솔루션의 출현을 유망하게 전망했다.
이에따라 조용수 수석연구원은 향후 인지 비즈니스와 이를 가능케 할 인지 컴퓨팅 기술이 미래 산업과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예측 가능한 업무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화될 것이며, 데이터가 고도의 전문적 판단에 기반을 둬 이뤄질 경우 인지 비즈니스는 해당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의 능력을 증강시키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