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풀지 못한 의문…정준양은 왜 성진지오텍을 인수했나

부실 상태 경영권 지분 인수…포스코에 약 1592억원 손해
"사업 다각화 차원" 해명…'전정도 몰아주기' 외 동기 함구

입력 : 2015-11-11 오후 4:09:43
포스코 비리에 대한 수사가 지난 10일 핵심 피의자들의 불구속 기소로 사실상 종료됐지만, 검찰은 아직 정준양(67) 전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해 성진지오텍의 인수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정 전 회장을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중 정 전 회장은 전모(55·불구속 기소) 전 전략사업실장과 공모해 2010년 5월 부실 기업인 성진지오텍 경영권 지분을 인수해 포스코에 약 15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이뤄진 다른 M&A 절차와 달리 성진지오텍은 별다른 사전 검토 없이 내부규정도 준수하지 않은 채 먼저 계약이 체결되고, 실사와 이사회 의결이 이어지는 등 선후가 명백히 뒤바뀐 상태"라며 "인수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실무진에게 후속 절차를 진행하게 한 듯한 의심이 강하게 들지만, '전정도 몰아주기' 외의 다른 인수 동기에 대해 정 전 회장, 전 전 실장 모두 함구하고 있다"고 11일 전했다.
 
성진지오텍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대규모 키코(KIKO) 손실을 입어 부도 위기에 처하자 이후 2009년 3월 채권은행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맺고 2300억원의 금융 지원을 받는 등 재무 상황이 부실했다.
 
더구나 주로 정유·화학 플랜트 기자재를 제조하는 업체로, 포스코나 그 계열사가 필요로 하는 철강·발전 플랜트 기자재 분야와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전 전 실장이 총 5회에 걸쳐 직접 보고해 단계별로 승인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정 전 회장이 인수를 지시하는 등 포스코건설이나 대우엔지니어링 등 관련 계열사나 본사 철강사업부 의견 없이 인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포스코 투자관리 규정을 보면 인수 타당성 검토는 투자부서에서 주관하는 TF팀을 구성해 실행해야 하지만, 정 전 회장은 M&A 지원부서에 불과한 전략사업실에서 성진지오텍 인수 제안부터 타당성 검토까지 모두 담당하도록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은 2010년 3월11일 포스코와의 합의로 산업은행의 성진지오텍 신주인수권을 주당 9620원에 총 446만주를 취득했다.
 
이후 포스코는 같은 달 17일 전 회장이 보유한 성진지오텍 440만주를 경영권 프리미엄 57.79%를 더한 주당 1만6331원에, 미래에셋의 비경영권 지분 794만주를 주당 1만1100원에 매수했다.
 
포스코는 그해 5월10일 총 1592억원 상당의 인수 대금을 내고 성진지오텍을 인수했지만, 기존에 전 회장이 1대 주주로서 부담하던 성진지오텍 대출금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도 떠안게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진지오텍은 포스코 인수 후에도 재무 상태가 지속해서 악화돼 2013년 7월 흑자 상태였던 우량 계열사 포스코플랜텍과 합병됐지만, 영업 실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아 결국 올해 10월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인수일부터 5년간의 경영권을 보장받았지만, 앞서 성진지오텍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년 2개월여 만인 2011년 8월1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2013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성진지오텍 소유의 이란 현지 판매대금 총 662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6월1일 추가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은 성진지오텍 인수에 대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이 있었다고 얘기했다"며 "하지만 인수 동기를 일체 함구하고 있어 주변 조사로 추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진지오텍 인수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압수한 산업은행 관계자의 수첩에는 '포스코가 독박을 썼다'란 내용이 기재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 임원으로부터 "인수 직후 성진지오텍의 상황을 보니 도저히 말이 안 되더라. 이에 정도경영실에 감사를 요청했다"란 진술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성진지오텍 주식 1억1142만원을 매매해 2676만원의 이익을 취득한 송재용(59) 전 산업은행 부행장도 7월17일 구속 기소됐다.
 
포스코 계열사의 수백억원대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지난 5월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