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가 ‘위탁투자 운용사’를 부당하게 선정하고, 대체투자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편법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11일 공개됐다.
감사원은 이날 ‘한국투자공사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지난 6일 사표를 제출하고 퇴직한 안홍철 전 사장의 비위행위 등을 기획재정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안 전 사장은 투자 및 자산운용 등에서 규정된 절차를 위반하고, 인사·예산을 전횡했으며 조직관리에서도 책무를 위반하는 등 그 비위가 중대하고 뚜렷하다”며 “비위행위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후보자 관리에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 전 사장은 위탁운용사 및 재무자문사 선정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KIC는 평가기준을 임의로 변경, 특정업체를 부당하게 선정하고 이후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특혜를 줬다.
이외에도 KIC는‘대체투자’와 관련해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고, 실적보고를 부풀리기 위해 공식수익률로 산정·공시하기에 부적절한 ‘통화바스켓 수익률’을 도입, 위탁자산 운용수익률을 왜곡하고 과장했다.
인사운영에서도 경력직 직원을 채용하면서 응시자의 이해당사자를 면접위원으로 참여시켰고, 특정인의 인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유로 규정을 신설·개정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6월 1일 국회의 KIC 감사 요구를 받고, 6월 15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예비조사를 거쳐 지난 7월 6일부터 8월 26일까지 20일간 감사인원 11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감사결과는 지난 6일 감사위원회의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
한편 안홍철 전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로 SNS를 통해 ‘노무현 종북하수인, 이완용보다 나쁜 노무현·문재인 일당, 프랑켄철수’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야권 인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이 문제가 돼 2013년 12월 취임부터 야당 측의 반발을 샀고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임기가 3년인 안 전 사장은 취임 이후 2년간의 사퇴 압력에도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버텼다. 그러나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한 지난 6일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의를 표명했고, 정부는 곧바로 수리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지난 10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투자공사, 국제원산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안홍철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