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이제는 형제가 아니라 원수와 마찬가지다.'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전 회장이 “모든 위기는 박삼구 회장에서 비롯됐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히 자신의 해임에 대해 법적 대응할 뜻을 밝히며, 그룹 내부의 비리의혹까지 거론하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은 3일 오전 자신의 해임과 관련해 처음으로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글에서 “박삼구 명예 회장은 대우건설 등 인수 회사들의 재매각을 꺼리면서 천문학적 손실을 누적시켰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마련 보다는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그룹 자산 매각 등 그룹의 위기상황만 더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찬구 전 회장의 추가 지분 취득으로 금호그룹에 대한 루머가 커지고 일사분란한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위기가 왔다”는 박삼구 명예회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박찬구 전 회장은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공동경영 원칙을 깨뜨렸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최근 전 재산을 들여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추가 취득한 것은, 풋백 옵션 등에 따른 유동성위기가 금호석유화학에 급속히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독립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필요가 크다는 절박감에 따른 것"이라며 "그릇된 경영판단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어 보려는 일념으로 내려진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전 회장은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혼자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독단적으로 행사함으로써 그룹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위기를 초래했다”고 맞받아쳤다.
특히 박 전 회장이 이 글에서 박삼구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른 부당 내부거래 의혹도 제기해 파문이 예상된다.
그는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박 상무의 금호산업 주식을 완전자본 잠식상태인 금호렌터카가 170억원어치 구입했고, 금호개발상사는 30억원을 빌리면서 150억원 어치를 구입했다"며 "명예회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전 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이사회에 대해서도 "명예회장이 이사회 석상에서 해임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하고, 투표용지에 투표자의 이름을 적도록 해 압력을 행사했다”며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혀, 소송제기 등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금호석유화학 등 5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온 박찬법 항공 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내세운 것은 낡은 전략”이라며 “명예회장은 지금까지의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실질적으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고 강하게 공격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내 게시판에서 박 전 회장의 글을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전 회장이 이처럼 강한 반격에 나서면서, 금호그룹의 형제 싸움이 과거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지며 그룹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던 '두산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현우 기자 Dreamofan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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