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메카드' 열풍에 손오공 '함박웃음'

자체 콘텐츠 개발전략 주효…실적 호조 1등 공신

입력 : 2015-11-19 오전 11:43:25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4살 아들을 둔 박모씨는 제주도에서 터닝메카드를 구입했다. 제주도에 물량이 남는다는 소문이 있어, 놀러간 차에 인기캐릭터를 2개 구매했다. 남은 하나는 중고게시판을 통해 택배비를 붙여 2만원에 판매했다. 박씨는 "제품은 1만6000원 정도지만 인터넷에서는 3만원 이상에 거래되고, 아빠들이 터닝메카드를 구하려고 혈안"이라고 전했다.
 
#7살과 5살 아들 둘을 자녀로 둔 김모씨는 '터닝메카드'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동네 마트를 다 뒤져도 제품을 찾을 수 없고, 이미테이션 제품을 사줬더니 아니라고 떼쓰는 아이 때문에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웃돈을 주고 구입을 했다. 김씨는 "아이들은 열광하겠지만 신제품 출시 소식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사진/손오공
 
◇카드와 자동차, 로봇이 결합해 탄생
 
터닝메카드란 손오공(066910)의 캐릭터 완구로 자동차와 카드, 로봇이 결합된 제품이다. 조작방법은 간단하다. 바닥에 카드를 엎어놓고, 터닝메카드(자동차)를 카드 방향으로 민다. 터닝메카드가 카드를 만나면 그 안의 자석에 반응(팝업)해 로봇으로 모양이 바뀐다. 로봇에 나오는 색깔과 카드 내의 점수판에 맞춰 점수를 비교해 높은 점수가 나오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이외에 ▲메카니멀 완구를 팝업시키고 빨리 조립하면 이기는 '빨리 빨리 변신 게임' ▲ 신호와 동시에 터닝카를 슈팅해 먼저 팝업시키는 사람이 이기는 '먼저 먼저 팝업 게임' ▲ 카드와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터닝카를 슈팅하는 '멀리멀리 슈팅 게임 등을 할 수 있다.
 
손오공은 매주 한번씩 마트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들여오느라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 총 21종과 대형 3종이 출시된 상태다.
 
손오공 측은 "터닝메카드는 카드와 만나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면서 "변신된 캐릭터를 종이접기 하듯 다시 접어 자동차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감성을 키울 수 있고, 집중력과 손 조작능력 등이 발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혼자 갖고 노는 완구에 그치지 않고 친구, 가족들과 함께 하는 놀이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함께 노는 문화'를 이용해 손오공은 업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캐릭터 게임대회를 열어 어린이들을 초대하고 챔피언을 가리고 있다. 이른바 '터닝메카드 배틀대회'를 열고 있는데, 지난 10월 24일 코엑스에서 열린 '터닝메카드 챔피언십'에 2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손오공 관계자는 "터닝메카드는 탄탄한 기획으로 제작된 수준 높은 퀄리티의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어린이들의 마음과 통한 것이 인기비결"이라며 "토종 브랜드로서 외국의 거대 완구 브랜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좋은 컨텐츠로 국산 완구 브랜드의 저력을 보이겠다"고 전했다.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대박'
 
2005년 상장된 손오공은 몇년 전까지 일본 등의 해외 캐릭터 완구를 수입해 판매해 왔다. 하지만 이렇다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582억원과 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각각 87억과 35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다.
 
손오공이 자체 콘텐츠 제작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다. 최대 주주인 최신규 회장이 콘텐츠 제작사인 초이락콘텐츠팩토리를 만들어 캐릭터 개발과 기획, 제작을 맡았다. 손오공은 국내 유통을,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캐릭터 개발을 맡는 분리된 구조를 갖고 있다. 판권은 초이락컨텐츠팬토리가 소유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최강 탑플레이트'와 '헬로카봇', '터닝메카드'다. 캐릭터 완구 업계는 쪽박 아니면 대박만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동들은 인기제품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제품이 마트에 입고되는 날 한정된 물량으로 인해 제품을 구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구르지만 손오공은 연일 함박웃음이다.
 
올 3분기에만 31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누적(776억)으로는 이미 지난해 매출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26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전환했다.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가 완구업계의 성수기로 분류되는 만큼 이번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손오공이 사상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초이락컨텐츠팩토리가 손오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의 기획, 개발, 투자 등을 도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손오공이 단순한 완구 유통회사로 성장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새로운 최대주주가 캐릭터의 개발과 제작 등을 맡고, 판권을 갖고 있는 형태"라며 "손오공은 판매만 담당하는 구조로, 캐릭터 개발에 따른 리스크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테이머챔피언십 대회 장면. 사진/손오공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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